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

중소 슈퍼마켓·편의점… 카드 수수료 개편 돼도 결코 부담 늘지 않을 것



영세가맹점 우대 수수료율 적용… 밴 등 고정비용 낮춰 문제 해결
현금결제 고객과 역차별 논란 커… 카드 수납 여부 시장에 맡길때
마케팅비 줄여 수수료 합리화… 소비자도 혜택 축소 수용해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제가 개편되더라도 중소형 슈퍼마켓, 편의점 등의 가맹점 수수료가 올라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신용카드업계를 대표하는 이두형(61ㆍ사진) 여신금융협회 회장은 가맹점 수수료 개편과 관련해 "지난달 공청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일부 오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 공청회 이후 불거진 일부 가맹점단체의 수수료 인상 우려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발언으로 '가맹점 규모 분류가 애매한 일부 가맹점도 보완작업을 통해 충분히 수수료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6일 이 회장은 지난달 공청회 이후 처음으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용카드 수수료를 둘러싼 오해와 업계 입장에 대해 가감 없이 풀어냈다.


편의점 수수료 부담 늘지 않을 것

이 회장은 "공청회 이후 일부 언론에서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 소액다권결제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이 가중된다는 식의 보도가 나왔다"면서 "그러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중소형 가맹점은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 받을 수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당시 논란이 커지자 금융위원회 역시 중소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은 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2월 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여전법 개정안은 영세 가맹점에 대해 금융위가 정하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회장은 이어 "문제의 소지가 높은 게 2만원 이하 소액결제인데 이는 공청회에서도 나왔다시피 밴(VANㆍ결제사업자) 수수료 같은 고정비용을 낮추거나 수수료율 구간을 나눠서 적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며 "협회 차원에서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대형 가맹점 대승적 결단 기대

이 회장은 최대 현안인 대형 가맹점의 개편안 수용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대형 가맹점들이 지금까지 우월적 지위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의를 받아온 만큼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했다.

이번 개편안에 따르면 가맹점 평균 수수료율은 종전 2.09%에서 1.91%로 0.18%포인트 내려간다. 다만 전체 가맹점의 24.5%는 수수료율이 오히려 오르는데 우대수수료율을 적용 받는 중소형 가맹점을 제외하면 수수료 부담이 늘어나는 곳은 대형 가맹점에 한정된다.

이 회장은 "개편안 연구를 진행하면서 그동안 수수료 체계가 얼마나 불합리했고 그 아래서 일반가맹점이 지나친 부담을 져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어찌됐거나 이번 개편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형 가맹점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형 가맹점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공권력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적절한 제도개선을 통해 원만한 결과를 내주기를 바란다"며 "카드업계는 정부가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면 여기에 참여해 적극 협조해나가겠다"고 말했다.

30여년 만에 객관적 기준 내놓아

그러면서 이 회장은 이번 공청회에서 나온 개편안에 대해 100점 만점에 90~95점의 점수를 부여했다. 개편안의 논리가 뒤떨어지지 않는데다 수수료 체계 개편에 따라 수익 감소가 불가피한 카드업계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를 수용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특히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객관적인 수수료 기준을 내놓은 게 이번 대책의 가장 큰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그동안 카드 수수료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온 점에 대해 모든 회원카드사들이 잘못을 인정했고 이번 대책은 여기서부터 출발했다"며 "지금까지 개별행동에 주력했던 회원카드사들이 하나가 돼 이해관계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었다는 점을 개인적으로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개편안을 마련하면서 카드사 간 업무공조가 잘돼 일하기가 무척 수월했다"며 "아마도 카드산업이 태동한 이래 카드사끼리 같은 목표를 향해 고민을 공유하기는 처음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현금-카드 결제 형평성 문제 지적

사실 공청회 이후 카드업계에는 지금까지 제기되지 않았던 다양한 문제의식이 표출됐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게 소비자 간 형평성 문제다. 신용카드를 쓰는 소비자와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 현금으로 결제하는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시장원리와는 배치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예컨대 버스요금만 해도 카드(교통카드ㆍ후불제 신용카드)를 사용할 경우 1,050원(서울기준)을 지불해야 하지만 현금을 쓰면 이보다 100원 많은 1,150원을 내야 한다. 이는 주유소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용카드 결제자는 카드사가 제공하는 부가 서비스, 예컨대 리터당 할인 서비스나 적립 서비스 등을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는 반면 현금결제자는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한다. 결국 신용카드 소비자는 신용공여 혜택을 누리면서도 현금결제 소비자보다 오히려 낮은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다.

이 회장은 "동일한 재화를 소비한다고 할 때 신용카드를 쓰는 사람은 현금결제자에게는 없는 편의성을 얻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 부담을 져야 하는 게 시장원리에 맞다"면서 "하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현금결제자가 더 많은 부담을 떠안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공청회에서 언급됐듯 이러한 현상은 신용카드가 금융정책 수단이 아닌 조세정책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나타난 폐단이므로 이제는 원위치로 돌려놓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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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수납제ㆍ가격차별제 폐지해야

같은 맥락에서 의무수납제도 및 가격차별제도 폐지도 이뤄져야 한다고 이 회장은 강조했다. 현재 여신법 19조1항과 3항은 각각 가맹점의 카드수납 거절과 가격 차별 거절을 금지해놓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 회장은 "영화상영관만 해도 영화 1편을 보려면 9,000원을 지불해야 하는데 카드 사용자들은 각종 할인혜택을 받으면서 현금결제자보다 2,000~3,000원가량을 덜 내고 있다"며 "문제는 각종 재화 가격에 신용카드 비용이 전가되면서 현금결제자가 신용카드 사용자에 비해 역차별을 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가맹점 수수료 체계는 카드사로부터 더 많은 혜택을 받는 주체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며 "소비자들의 카드 사용이 강제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성숙했기 때문에 카드 수납 여부 등은 이제 시장에 맡겨놓을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카드산업의 또 다른 축인 소비자에 대해서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는 현재 카드사가 제공하는 소비자 부가 서비스 수준이 합당한지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얘기다. 지난달 공청회에서 금융연구원의 이제연 박사가 했던 "이제는 소비자 혜택 수준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과도 일맥상통한다.

소비자도 혜택 축소 수용 필요

이 회장은 "수수료 체계 합리화를 위해서는 마케팅 비용을 점진적으로 축소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결국 소비자 혜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카드사나 가맹점 외에 카드업계의 또 다른 당사자인 소비자 역시 한발 양보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카드업계의 숙원이자 수수료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떠오른 카드사 업무 범위 확대 여부도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여신전문법은 카드사의 영위 가능한 부수업무를 열거주의(포지티브) 형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법이 허용하는 업무만을 영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업무 범위가 포괄주의(네거티브) 형식으로 규정돼 신사업 진출이 용이한 여타 금융업과 비교할 때 지나친 규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회장은 "최대 현안인 가맹점 수수료에 묻혀서 논의를 확대하고 있지 못하지만 긴 호흡으로 봤을 때 카드사의 업무 영역을 확대해줘야 한다"며 "아마도 오는 6월 국회보고 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수수료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경기변동에 따른 카드사 리스크를 관리하기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가맹점 매출거래 정보 통합 조회시스템 구축

■ 이두형 회장의 새 작업

이두형 여신금융협회 회장은 국내 내로라하는 금융 관료 출신이지만 여신협회장을 맡고 난 후 유독 풍파를 많이 겪었다. 무엇보다 협회의 핵심 회원사인 카드회사들이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 속에서 시련을 겪었고 이 속에서 이 회장의 속앓이도 적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그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카드ㆍ캐피털ㆍ리스 등 여신금융 관련 정보기술(IT)시스템을 완비하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를 의식한 듯 인터뷰 내내 협회가 운영하고 있는 '가맹점 매출거래정보 통합조회시스템'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카드업계가 그동안 수수료 체계 개편에 나서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종합적인 데이터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전에는 개별 카드사별로 이뤄지던 정보 축적이 '가맹점 통합조회시스템'을 통해 전체 카드업계로 확장되면서 수수료 분석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9월9일부터 서비스가 시작된 가맹점 통합조회시스템은 처음에는 가맹점 편의를 위해 도입됐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가맹점은 카드거래승인, 전표매입, 가맹점 대금입금 내역 외에도 미입금대금 발생 여부까지 조회할 수 있다. 이로써 가맹점은 대금입금 지연이나 누락에 따른 피해를 예방할 수 있고 각 카드사별로 일일이 확인해야 했던 거래정보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올 초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되면서 보다 광범위한 결제정보를 취합하게 됐고 이번 카드 수수료 개편작업 때 모든 데이터를 제공했다. 이 회장은 "이 시스템엔 일별ㆍ월별ㆍ연도별ㆍ카드사별 등 대한민국의 모든 카드거래와 관련한 정보가 들어 있다"며 "이번 수수료 개편안이 나오기까지 일등 공신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이 시스템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인터넷대출 직거래장터나 카드포인트 통합조회시스템 등도 이 회장이 의지를 갖고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직거래장터는 인터넷으로 대출을 신청하면 여러 캐피털사가 조건을 제시하고 신청자는 이 중 최적의 조건을 제시한 곳을 선택하는 역경매 방식의 무료 대출중개시스템이다. 원래는 소상공인만을 대상으로 운영됐지만 3월26일부터 직장인까지 이용 대상을 확대했다. 직거래장터를 이용하면 대출금리가 평균 3~5%포인트가량 줄어들지만 캐피털업계 내 대출모집인 제도가 워낙 뿌리 깊게 정착돼 이용자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카드포인트 통합조회시스템은 소비자를 겨냥한 편의 시스템으로 지난달 16일 개설했는데 카드회원은 지금까지 개별 카드사를 통해 조회할 수 있었던 포인트 내역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다.

이 회장은 "시스템 개설로 자동소멸되는 포인트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며 "여신협회는 앞으로도 소비자 편익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을 마련함과 동시에 홍보도 강화해 소비자 참여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약력

▦1952년 경남 거창 ▦1971년 경동고 졸업 ▦1978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1979년 행정공시 22회 ▦1980년 재무부 공보관실, 국제금융국, 증권국 ▦1993년 주독일대사관 재경관, 국세심판소 조사관 ▦1998년 금융감독위원회 구조개혁기획단, 은행팀장 ▦2000년 금융감독위원회 법규총괄담당관, 증권감독과장 ▦2003년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장, 공보관, 기획행정실장 ▦2004년 국회 수석전문위원 ▦2006년 한국증권금융 사장 ▦2010년 여신금융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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