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0년 동안 우리 전통 음악을 보존, 전승하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창작 활동과 대중화를 통해 국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진정한 '국민의 음악(國樂)'으로 거듭나겠습니다." 박일훈(65ㆍ사진) 국립국악원장은 29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 개원 6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지속적인 창작 활동과 대중성 확보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오는 4월 10일 개원 60주년을 맞는 국립국악원은 한국 전쟁이 진행되던 1951년 부산에서 문을 열었다. "우리 전통음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탄생한 만큼 당시 국립국악원의 존재 이유와 가야 할 방향은 명확했다"는 박 원장은 "당시 국립국악원은 전통 음악을 계승, 발전시켜 국악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무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국악 인구가 급감하면서 국악은 대중을 잃게 됐다. 박 원장은 "국악이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거듭나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체계적인 국악 교육을 실시하고 창작 국악 개발 및 기획 공연을 통해 국악 인구의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국악원은 60돌을 맞아 대표 브랜드 공연인 '세종, 하늘의 소리를 열다'(5월 27~29일)를 의욕적으로 무대에 올린다. 지난 2008년 초연돼 호평을 받은 이 공연은 세종대왕 재위 15년째인 1433년 당시 회례연을 복원한 것으로, 올해 60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궁궐인 경복궁 근정전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박 원장은 "세종조회례연은 중국 음악을 그대로 들여오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조선의 창조적인 공연 문화가 최초로 선보였다는 데 의의가 있는 만큼 국악의 문화적 우수성과 자주성을 널리 알린다는 차원에서 60주년 기념 공연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국립국악원과 지방국악원뿐 아니라 국악계 원로와 학생, 군인까지 300여명이 참여하는 초대형 규모로 꾸며진다. 4월에는 지방국악원이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전통 예술 공연을 잇따라 선보인다. 국립남도국악원(진도)은 극작가 겸 연출가인 이윤택 영산대학교 교수가 '진도 씻김굿'을 무대화한 굿극 '씻금'(4월 16~17일)을, 국립민속국악원(남원)은 마당놀이 전문 연출가인 손진책ㆍ김성녀 부부가 예술감독과 연출을 담당한 창극 '춘향전'(4월 21~22일)을, 국립부산국악원은 영남지역의 소리와 몸짓이 어우러진 '흥과 신명'(4월 26일) 등을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잇따라 올린다. 박 원장은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신선한 감각으로 국악에 접근하면서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어 국악의 미래는 밝다고 믿는다"며 60주년을 계기로 새로운 60년을 준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