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보졸레 누보' 마케팅

11월 셋째주 목요일인 오는 17일은 프랑스에서 생산된 ‘보졸레 누보’ 와인이 전세계에서 동시에 판매되는 날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보졸레 누보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지만 아직도 프랑스를 대표하는 와인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보졸레 누보는 세계 마케팅 역사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파리가 독일에 점령되자 파리 시민들은 프랑스 남부로 피난을 갔다. 주로 남동부의 리옹으로 피난을 간 파리 시민들은 와인을 찾게 된다. 리옹 근처의 보졸레 지방에서 생산된 포도주는 숙성되지 않는 치명적인 결점이 있었다. 하지만 워낙 물자가 귀하던 터라 보졸레 포도주는 리옹에 피난온 파리 시민들이 즐겨 찾는 애호식품이 됐다. 전쟁이 끝나고 파리로 돌아온 사람들은 피난 시절의 향수에 젖어 보졸레 와인을 찾게 된다. 보졸레 와인은 지난 1940년대 후반 파리에 상륙하지만 임진왜란 때의 도루묵처럼 ‘맛없는 포도주’로 천대받게 된다. 이때 보졸레 지방의 포도주 농장 경영자 조르쥬 드보에는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와인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한다. 그들은 일정한 출하일(11월 셋째주 목요일, 1986년까지는 11월15일이었음)을 정해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은 후 동시에 출하를 해 제품의 값어치를 올리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아울러 브랜드 마케팅 강화를 위해 보졸레 와인 브랜드를 올해의 보졸레라는 의미를 가진 보졸레 누보로 정했다. 이 전략은 대성공을 거둬 50여년이 지난 90년대 후반에는 우리나라ㆍ일본 등 아시아 지역까지 보졸레 누보 바람을 일으키게 된다. 보잘 것 없는 제품을 세계적인 와인으로 만든 것은 제품에 대한 특성을 면밀히 성찰한 후 제품에 걸맞은 훌륭한 마케팅을 펼친 결과였다. 눈앞의 이익을 좇아 보졸레 지방의 포도 농장들이 서로 가격경쟁을 벌였다면 세계 역사에 보졸레 누보라는 와인은 종적을 감출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 기업들은 무한 경쟁시대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의 금융산업도 마찬가지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어떻게 하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상품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약점을 장점으로 극복한 프랑스 보졸레라는 작은 마을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우리나라의 산업 전반 곳곳에서 쏟아져 나올 때 국가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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