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를 살리려고 막대한 재정을 풀고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4분기 연속 0%대의 경제 성장률이 이어졌다. 소비심리가 여전히 좋지 못한데다 엔저에 따른 수출부진이 겹치면서 올해 2%대의 저조한 성장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한국은행은 23일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치)'이 지난해 4·4분기보다 0.8% 증가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사태의 영향으로 0.5% 성장에 그쳤던 지난해 2·4분기부터 4분기 연속 0%대 성장이다. 전년 대비 성장률은 지난해 1·4분기 3.9%를 고점으로 2분기 3.4%, 3분기 3.3%, 4분기 2.7%를 기록하며 회복은커녕 하강 속도가 가팔라지는 양상이다. 성장 엔진인 수출과 설비투자가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원화 강세로 국내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데다 기업들의 경기전망도 밝지 않은 탓이다. 실제로 이날 원·엔 환율은 한때 100엔당 899원75전을 기록했다. 900원선 붕괴는 7년2개월 만이다.
주거용 주택건설 수요가 일부 살아나면서 건설투자는 7.5% 증가했다. 또 민간소비도 내구재와 서비스를 중심으로 0.6% 늘었다. 그럼에도 성장률 쇼크를 낳았던 지난해 4·4분기(0.3%)의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내수 회복세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우리 경제가 2%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잦아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지난해부터 이어졌던 원화 강세, 엔화 약세가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수출 타격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통화당국이 본격적으로 환율 안정에 나서지 않는다면 하반기로 갈수록 수출 타격은 커지고 경제성장률은 2%대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