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12월23일, 미국 벨사 실험실. 연구진과 참관인들이 숨을 죽였다. 크기가 진공관의 220분의1에 불과한 게르마늄 조각은 전기신호를 제대로 증폭시켰다. ‘트랜지스터’가 첫선을 보인 순간이다.
트랜지스터는 진공관과 달리 예열할 필요도, 쉽게 가열되는 문제도 없었다. 전기도 적게 썼다. 초소형 ‘마법의 돌’인 트랜지스터의 첫 상용 제품은 보청기. 개발진인 윌리엄 쇼클리와 존 바딘, 월터 브래튼은 1956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1928년부터 관련 연구를 진행해온 독일은 뼈아픈 패배를 맛봤다.
정작 돈맛을 본 나라는 미국도 독일도 아닌 일본. ‘트랜지스터’는 소니 라디오의 대명사가 될 정도로 일본에 달러를 안겨줬다. 미국은 이렇다 할 상용 제품을 개발하지 못했지만 연구 주도권만은 이어나갔다.
주역은 쇼클리. 그는 1955년 반도체연구소를 설립, 디지털 시대의 씨앗을 뿌렸다. 인텔을 설립한 고든 무어가 이 연구소 출신이다. 무어는 개인용 컴퓨터(PC)의 확산으로 반도체의 능력이 18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어의 법칙’이다.
오늘날 무어의 법칙은 ‘황의 법칙’에 절대논리의 자리를 내줬다. 새로운 정설인 황의 법칙의 주인공은 황창기 삼성전자 디지털총괄 사장.
‘반도체의 집적도는 1년마다 2배씩 늘어나며 모바일 기기와 디지털 가전 등 비(非)PC 부문이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이론의 주인공 국가답게 한국은 신디지털 부문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후발국이지만 트랜지스터 개발로 촉발된 디지털 혁명의 적통을 잇고 있는 셈이다.
본격적인 경쟁은 이제부터다. 전세계는 나노 트랜지스터 등 신반도체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