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속 0.03%의 힘 '뉴 두산' 미래를 연다 잇단 M&A 성공이어 그룹 체질개선 작업까지인적사항등 기밀 CFP팀맥킨지 출신등 10여명 포진이번엔 대우조선 인수 기대 김민형 기자 kmh204@sed.co.kr “그 양반들이오? 어휴 저희도 잘 몰라요.” 두산그룹에는 내부 임직원들에게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부서가 하나 있다. 전직원들의 전화번호가 기록된 주소록에도 이 부서 구성원의 전화번호는 올라 있지 않다. 베일에 가려진 주인공은 CFP(Corporate Financing Project)팀. 10명가량으로 구성된 CFP팀은 서울 을지로 6가 두산타워 31층에 둥지를 틀고 있다. 두산그룹의 성격을 소비재 위주에서 중공업 중심으로 변모시킨 핵심 조직이다. 지난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인수를 시작으로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미국 밥캣에 이르기까지 ‘뉴 두산’의 골격이 된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이 바로 이곳에서 초안부터 최종 마스터 플랜까지 마련된 결과라고 보면 맞다. 최근에는 그동안 쌓아온 M&A 노하우를 활용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준비작업을 벌이고 있다. 두산그룹 전체 임직원 수가 3만5,000여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0.03%에 불과한 ‘브레인’들이 뉴 두산의 미래를 열어가는 셈이다. 두산그룹의 M&A 전략 결정체계는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CFP팀으로 이어지는 일관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박 회장의 진두지휘로 CFP팀이 M&A와 관련된 실무적인 추진을 하고 박 회장이 최종적으로 베팅의 방아쇠를 당긴다. CFP팀장은 이상하 전무. 그는 1983년 오비맥주에 입사한 뒤 외환위기를 전후해 두산그룹 구조조정과 핵심 계열사 매각작업에 관여해온 ‘재무통’이다. 이 전무 휘하의 팀원들은 구조조정 당시 컨설팅을 받았던 맥킨지 출신들이 많고 해외 MBA 출신도 다수 포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M&A라는 작업 자체가 워낙 은밀하게 진행되다 보니 보안은 생명. 실제로 CFP팀의 보안은 철저하다. 조직 내에서도 이들의 인적사항은 비밀일 뿐 아니라 모든 커뮤니케이션도 직접 손으로 쓰거나 구두로만 전달한다. e메일이나 메신저를 사용할 경우 외부로 정보가 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심지어 CFP팀 회의에 참가하는 임직원들은 필수적으로 비밀유지각서를 써야 하고 저장매체도 일절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지난해 밥캣을 인수할 때는 공시 전날 오후에서야 인수성공 사실을 IR팀에 알려줘 관련 팀원들이 부랴부랴 자료를 만드느라 밤을 새우기도 했다. 최근 CFP팀 회의에 참석했던 적이 있다는 한 회사 관계자는 “솔직히 CFP팀 회의에 들어가면 이것저것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너무 많아 좀 부담스럽다”며 “지켜야 할 비밀을 너무 많이 알고 사는 것도 괴로운 일”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CFP팀의 전신은 1990년대 중반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을 도맡았던 Tri-C라는 조직. 당시 Tri-C는 한국네슬레ㆍ한국3Mㆍ한국코카콜라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저승사자’역할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두산의 경영방향이 M&A를 통한 성장 쪽으로 바뀌면서 CFP팀이 Tri-C에서 분리됐고 현재까지 M&A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두산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과거에는 회사의 군살을 빼는 데 주력했던 팀이 이제 회사에 새로운 근육을 더하는 조직으로 변신했다”며 “이들이 조직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에서 M&A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매각과 매입에 10여년간의 경험을 쌓아온 두산그룹의 0.03% CFP팀. 앞으로 본격적으로 전개될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