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액세스 채널/유혁인 유선방송위원회 위원장(로터리)

연말이면 케이블TV 시청가구수가 2백50만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다가 종합유선방송국 미허가 지역에 대한 추가허가로, 이제 전국 어디서나 시청가능한 매체로서의 면모를 갖출 채비를 하고 있다. 케이블TV가 일정 수준에 오르면 다음에는 케이블TV가 담당해야할 공익적 기능이 관심사로 떠오르게 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액세스채널이다. 전통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지배해온 것은 밀턴이래 사상의 자유시장이론이다. 이는 모든 시람에게 자기의 의견과 사상을 마음대로 표현할 기회를 주면 각양각색의 의견이 사상의 시장에서 자유경쟁을 벌이다가 결국은 진리가 이긴다는 낭만적인 언론관이다.그러나 이런 사고방식의 옳고 그름을 떠나 대다수 국민이 사상의 자유시장에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오늘의 상황에서는 사고의 토대 자체가 비현실적인 것이 되었다. 현실을 보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향유하는 것은 미디어 소유자나 미디어에 접근(Access)이 허용된 일부 사람뿐이며 그밖에 일반대중은 아무리 할말이 있어도 접근이 사실상 곤란하다. 미디어 기업의 거대화·집중화는 이런 현상을 심화시킨다. 여기서 언론이란 광장에 시민들이 접근해서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자는 것이 액세스권 이론이며, 이러한 사고의 케이블TV적 표현이 액세스채널이다. 물론 공중파방송에서도 액세스권을 생각할 수 있으나 채널의 유한성과 방송시간의 제약은 이를 유명무실하게 만든다. 하지만 케이블TV의 다채널성은 액세스권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도록 한다. 미국의 퍼블릭채널도 케이블TV채널이지 공중파 채널이 아니다. 그러나 채널만 둔다고 액세스권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다양한 액세스채널이 검토되어야겠지만, 담을 내용이나 제작비 등과 같은 현실적 문제를 감안할 때 무작정 확대만 시킬 일도 아니다. 지금으로서는 기존의 케이블TV 지역채널에 대한 액세스권을 실효성 있게 하는 일과 그리고 이에 앞서 지역채널의 보도기능을 제대로 자리잡게 해주는 일부터 풀어나가는 것이 일의 순서라고 여겨진다. 지역채널 보도기능의 경우 우선은 일부 제한적으로 허용한 다음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가면서 이른 시일안에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앞으로 지역채널의 보도기능이 정상궤도에 오르는 것과 아울러 지역채널에 대한 지역주민의 액세스권도 단계적으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채널에 대한 보도기능허용과 지역주민의 액세스권 보장은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가능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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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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