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 러시아 대선에서 예상대로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재선에 성공했다.푸틴 대통령은 71%의 득표율을 기록 중이던 15일 오전 “민주주의를 진전시키고 다당제를 강화하며 시민 사회와 언론의 자유 보장을 위해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공산당의 니콜라이 카리토노프 후보는 14%, 군소 후보들은 3~4% 득표에 그쳤다. 투표율은 2000년의 68.8%보다 낮은 61.2%로 잠정 집계됐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선거는 대선 경쟁이 아니라 푸틴 대통령의 지난 통치에 대한 신임 투표”라고 규정했다.
관심은 그의 집권 2기 청사진으로 쏠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경제 제1주의`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선거 직후 “경제의 안정적 성장과 사회 안정을 위해 모든 것을 집중할 것”이라며 경제 개혁을 약속했다.
이는 푸틴 체제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무엇보다 구 소련 해체 이후 혼란에 빠졌던 경제를 제 궤도에 올려 놓은 데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1998년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 등 붕괴 직전에 몰렸던 러시아 경제는 지난해 7.3%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푸틴 집권 이후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해외 투자가들이나 유권자들은 민주주의가 다소 후퇴하더라도 `강한 푸틴`이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분명한 믿음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푸틴 대통령이 정치 안정과 경제 성장을 통해 러시아를 재건하라는 국민의 승인”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푸틴 대통령의 집권 2기는 지난 4년처럼 `관리형 민주주의`, 즉 경제 성장에 치중하는 권위주의 체제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푸틴은 이미 의회와 언론을 장악했고, 석유재벌 미하일 코도르코프스키 등 정적들도 일찌감치 제거한 상태다. 내각도 지난 9일 비정치적인 테크노크라트로 채웠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앞 길이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우선 경제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러시아의 경제성장은 국제 유가의 고공 행진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 에너지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하는 등 불균형이 극심한 상태다.
비판론자들은 “푸틴 대통령이 경제 구조 개혁이나 경쟁력 강화가 없이 고 유가의 과실만 즐겨왔다”며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권위주의적 체제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판적 여론도 두고두고 짐이 될 전망이다. 이미 “장식 민주주의이자 구 소련식 민주주의”라는 혹평이 나오고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4일 내놓고 우려를 표명할 정도이다.
AP통신은 이밖에 ▲체첸 사태의 평화적 해결, ▲부패 문제 해결, ▲성공적 군대ㆍ금융ㆍ행정 개혁 여부가 집권 2기의 관전 포인트라고 전망했다.
<안준현 기자 dejavu@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