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호(50ㆍ빠제로ㆍ사진)가 심호흡을 한 뒤 30㎝의 챔피언 퍼트를 홀에 떨궜다. 만감이 교차한 듯한 표정의 ‘백전노장’은 볼을 꺼내들어 갤러리에게 던진 뒤 비로소 담담한 미소를 띄웠고 올드 팬들을 위시한 관람객은 ‘왕년의 스타’의 투지에 아낌없는 갈채를 보냈다. 국내 프로골프 최다승 기록 보유자인 ‘영원한 간판’ 최상호가 91년 7월 영남오픈 이후 9년만에 통산 43번째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는 순간이었다. 최상호가 29일 경기 성남의 남서울CC(파72)에서 끝난 KT&G매경오픈(총상금 5억원)에서 나흘 내내 선두를 질주한 끝에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4라운드에서 버디 3, 보기 1개로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가 된 그는 타원 위라찬트(타이ㆍ7언더파)를 3타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 1억원. 9년만에 승리를 추가한 최상호는 지난달 스카이힐제주오픈에서 김종덕(44ㆍ나노소울)이 세웠던 국내 최고령 우승 기록도 50세6개월로 늘리며 국내 프로골프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이 대회로는 91년 이후 14년만의 정상 복귀다. 첫날부터 선두에 올라 이날 3타차 선두로 최종일 경기에 나선 최상호는 위라찬트에 2타차로 쫓기기도 했지만 13번홀(파4) 1.5m 버디로 달아나고 17번홀(파3)에서 왼쪽으로 휘어지는 5m 남짓한 긴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후배 선수들의 귀감이 되고 있으며 올해부터 일본 시니어투어에서도 활동하는 최상호는 “우승과는 멀어진 나이에 좋은 결과를 얻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