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6·4 국민의 선택] 교육정책 놓고 정부와 엇박자… 학교현장 혼란 부추길 수도

■ 진보 교육감 대거 약진<br>보수, 분열·이전투구가 패인… 조희연 최대 수혜

자사고 존폐 논란 예상·혁신학교는 속도 붙을 듯

전교조·학생인권조례 싸고 교육부와 충돌 불가피


4일 실시된 전국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후보들이 대거 약진함에 따라 교육의 권력축이 보수에서 진보로 이동하게 됐다. 진보 교육감의 대거 등장으로 교육정책을 놓고 교육부와 엇박자도 우려된다.

이날 오후6시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과 경기·인천·부산·광주·전남·전북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진보 진영 후보들의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 2010년 선거에서 보수 성향 후보가 10명 당선됐던 상황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진보 성향 교육감들의 약진은 기존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과 함께 보수 진영의 분열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서울의 경우 가족사 등을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 내부에서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극에 달하면서 진보 교육감이 막판에 어부지리를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3류 드라마를 방불케 할 정도로 보수 진영 간의 이전투구 양상을 보였다. 애초 무관심 속에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던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고승덕 후보의 친딸 희경씨가 지난달 31일 "고승덕은 교육감이란 직책을 맡을 자격이 없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단숨에 핫 이슈로 부상했다. 실제 고 후보는 선거 전 실시한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렸지만 선거 막판 악재가 터져나온 후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고 후보는 "딸의 글이 고 박태준 회장의 아들과 문용린 후보의 야합에 기인한 것이 아닌지 정황을 의심하고 있다"며 즉각 반박에 나섰고 문 후보는 "허황된 이야기"라고 거세게 반발하는 등 양측의 갈등은 고조됐다. 교육감 선거는 이처럼 세간의 이목을 한 몸에 받았지만 정작 정책은 외면 받고 네거티브 공방만 드러나는 부끄러운 민낯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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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진영 후보끼리의 비방은 유일한 진보 진영인 조희연 후보가 막판 약진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가장 먼저 고 후보 자녀의 미국 거주 문제와 아들의 병역 문제 등을 거론하면 가족사를 꺼내든 조 후보는 결국 네거티브 전략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 교육감 후보들이 정책으로 승부하기보다는 좀 더 쉬운 네거티브 전략을 선택하면서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진흙탕 속에 치러졌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교육감 선거가 네거티브로 흐른 것은 비단 서울뿐만이 아니다. 막판 한만용 후보의 사퇴로 무려 6명의 후보 난립 속에서 치러진 경기도교육감 선거는 원색적인 색깔론 등으로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박용우 선거대책위원회는 "빨갱이 교육감을 탄생시킬 것인가? 정치꾼 교육감을 탄생시킬 것인가?"라며 유일한 진보 진영 후보인 이재정 후보를 겨냥했고 조전혁 후보도 "이재정 후보가 군 면제를 받기 전 병역을 기피한 사실이 있다"며 비난대열에 가세했다. 이 밖에도 김광래 후보는 조전혁·이재정 후보를 정치인들이 개입할 수 없도록 한 지방교육자치법 위반 등으로 선관위에 고발하는 등 고발도 잇따랐다.

진보 성향 교육감의 약진으로 교육정책도 대거 변화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보수 진영에서 진보 진영으로 교육감이 바뀌는 지역에서는 전 교육감 시절의 정책이 완전폐기되며 학교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보혁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교육계 일각에서는 대구와 경북 등 일부 지역의 교육정책만 따로 노는 상황이 불가피해 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서울의 조희연 후보와 경기도의 이재정 후보 등 진보 성향 후보들은 지난달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교평준화 확대 △고입선발고사 폐지 △혁신학교 확대 △자사고 폐지 △학원교습시간 단축 △유아교육 공교육화 등의 공동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이로 인해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등장했던 자율형사립고는 출범 5년도 안 돼 존폐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는 평준화 정책의 단점을 보완하고 외국어고·과학고·국제고 등으로 집중된 입시 열기를 완화하기 위해 본격화됐지만 일반고의 최고 세 배에 달하는 수업료로 '귀족학교'라는 오명과 '고교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으며 진보 진영의 거센 반발을 받아왔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혁신학교는 확대 추세를 이어갈 호기를 맞게 됐다. 현재 혁신학교는 진보 성향 교육감이 선출됐던 전국 6개 시도에서 도입됐으며 경기·광주·강원 등 진보 진영 현직 교육감이 자리한 지역에서 급속도로 지정이 늘었다. 진보 진영 교육감이 11개 이상으로 늘게 된 만큼 이들 지역에서도 혁신학교 지정이 급속도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곽노현 전 교육감과 정반대였던 보수 성향의 문용린 교육감이 2012년 재선거를 통해 취임하면서 폐지 위기에 직면했던 서울의 혁신학교는 현재 67개에서 100여개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와의 충돌도 우려된다. 그간 교육부와 일부 지역의 진보 교육감들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학생인권조례 등을 둘러싸고 갈등 양상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고용노동부가 전교조를 '노조 아님'으로 통보하며 교육부가 전국 시도 교육청에 노조 전임자 복귀 등을 공식 요구했지만 경기와 강원·광주·전남·전북 등의 진보 교욱감들은 전교조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계속 관계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히는 등 거부 의사를 밝혔다. 서울시교육청도 2011년 곽노현 전 교육감이 제정한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교육부가 대법원에 무효확인소송을 내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 교육부와 갈등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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