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과 서양, 전통과 근대를 잇는 상인 매판
(하오예핑 지음/씨앗을뿌리는사람 펴냄)
"매판자본은 외국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제국주의의 앞잡이." 1970년대 이후 국내 진보적 학자와 학생운동권에서는 한국 재벌들을 매판자본으로 규정,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가와 민족을 외국에 팔아먹는 파렴치한 축재집단으로 몰아세웠다.
신간 '동양과 서양, 전통과 근대를 잇는 상인 매판'은 이 같은 '상식'을 뒤집는다. 저자는 중국계 미국 경제사학자 하오옌핑. 그는 매판을 "중국 최초의 근대식 상인이며, 근대적 기업가의 뿌리"라고 주장하면서, 매판이 중국의 사회 변혁, 경제 발전과 문화사상의 변화 등에 미친 영향을 두루 설명한다.
원래 매판은 중국과 서양 사이의 중개거래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중국 중간상인을 지칭하는 말. 저자는 경제적으로 벼락부자였던 매판은 유일하게 재력과 전문성을 한 몸에 지니고 중국의 초기 산업화를 이끈 선도적 역량이었며, 이윤 추구의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이해한 세력도 이들 매판이었다고 말한다. 하오옌핑의 '매판'은 현대 사회주의 중국의 경제적 비약과 관련 주목할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