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증권업계의 꽃은 애널리스트라고 한다. 잣대는 고액 연봉. 힘든 리서치어시스턴트(RA) 시기를 2~3년씩 보내고 정식 애널리스트가 되면 같이 입사한 동기들보다 많게는 두 배 가까운 연봉을 받는다. 맡은 업종(섹터)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되면 연간 수억원의 보수를 챙긴다.
선수들은 안다. 증권업계의 진정한 꽃은 프랍트레이더라는 것을. 같은 잣대를 들이대도 애널리스트를 앞선다. 일부 프랍트레이더는 1년에 많게는 수십억원씩 벌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이 꽃이라고 불리는 진짜 이유는 증권업계의 속성이 가장 잘 반영된 직군이라는 점이다. 노력한 만큼 가져간다? 아니다. 번 만큼 가져간다는 게 정확하다. 고객을 유치하고 주식 회전율을 높여 수수료 수입을 벌어주는 차원이 아니다. 수익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고 올린 만큼 자기 몫을 챙기는 진정한 프로다. 선물ㆍ옵션을 다루는 파생 트레이더의 경우 통상적으로 수입의 절반을 가져간다. 회사 입장에서도 프랍트레이더에 대한 대우를 높일 수밖에 없다. 인간의 본성상 자기 몫이 많을수록 주인의식이 강해진다.
프랍트레이딩은 증권사의 자체 자산이나 차입금 등 자기자본으로 수익을 내기 위한 거래를 말한다. 프랍트레이더는 증권사의 돈을 직접 굴리는 사람이다. 이들은 막대한 자금지원을 받는다. 자기매매 시스템을 가장 잘 갖췄다고 평가되는 W사의 경우 프랍트레이딩 부서가 8,000억원의 자금을 굴린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불법이 아닌 한 편법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 상장사가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지분을 처분하려고 한 증권사와 협상을 하면 해당 증권사의 프랍트레이더는 매수예정 주식만큼 주식을 빌려 공매도한다. 통상 블록딜 가격은 시장가격보다 10~20%가량 낮게 체결된다. 300억원 규모의 블록딜 계약이 성사되는 순간 증권사는 30억~60억원의 수익이 확정된다. 해당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더라도 빌린 주식은 블록딜 물량으로 갚으면 된다.
투자에는 위험이 따른다. 자기자본으로 투자를 잘못했거나 실수가 있는 경우 증권사가 망하기도 한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최근 코스피200 옵션거래 오류로 파산한 한맥투자증권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래서 증권사는 프랍트레이더에 로스컷(loss-cut)이라는 엄격한 제한을 둔다. 한 달에 5% 넘는 손실률을 기록하면 그달 트레이딩은 금지된다. 통상 6개월 기준 손실률은 10%가 최대다. 계약 첫날 10% 넘게 깨지면 6개월 동안 거래 한번 못해보고 계약이 해지된다. 이들이 스스로를 '칼날 위를 걷는 자'라고 칭하는 이유다. 수백억원씩 자금을 굴리고 성과급만도 수억원을 받는 사람들, 프랍트레이더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프랍트레이딩(proprietary trading)=은행 및 증권사가 자체 자산이나 차입금 등 자기자본으로 채권과 주식·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것. 수급상황이나 상품종류를 구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거래하기 때문에 안전자산에만 투자하는 경우보다 위험도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