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보험사기의 '깨진 유리창' 고칠 때-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



범죄심리학 이론 중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건물주가 깨진 유리창을 수리하지 않고 방치하면 건물관리가 소홀하다는 것을 반증해 절도나 건물 훼손 등 큰 범죄로 이어지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이론이다. 깨진 유리창은 처음에는 매우 사소해 보이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 당신 마음대로 해도 좋다'라는 메시지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의 사례도 있다. 1990년대 미국 뉴욕은 범죄가 자주 발생하고 치안도 매우 불안한 시기였는데 뉴욕경찰은 사소한 경범죄부터 엄중하게 단속하기 시작했다. 뉴욕에서는 사소한 범죄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전파되면서 강력범죄가 사라지고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로 변모했다.

필자가 범죄심리학까지 운운하면서 장황하게 깨진 유리창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기'라는 깨어진 유리창이 언제쯤 수리돼 우리 사회가 보험사기로부터 자유로울까 하는 의구심이 가시지를 않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액은 최대 5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총 인구수를 5,000만명으로 가정하면 1인당 10만원, 4인 가족 1가구당 40만원이라는 금액을 보험사기범이 편취한 셈이다. 매우 심각한 수준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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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로 인한 피해가 막대함에도 우리의 유리창은 여전히 깨어져 있다. 무엇보다 사회 전반적으로 보험사기가 범죄행위라는 인식 자체가 아직은 약하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1년 보험사기범에 대한 벌금형 선고비율은 51%로 일반 사기범의 27%에 비해 월등히 높은 반면 보험사기범에 대한 징역형 선고비율은 2002년 25.1%에서 2007년 24.7%, 2013년 22.5%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사기범들이 보험사기를 저질러 처벌 받는 불이익보다 챙기는 이익이 더 크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48개 주에서 보험사기특별법이 제정돼 있다. 각 주 정부는 특별법을 근거로 소액의 보험사기범도 기소하고 보험사기 전담 조직도 운영한다. 소액이라도 보험사기가 적발되면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는 인식이 널리 깔려 있는 것이다. 지금 국회에는 그간 많은 논의를 거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상정돼 있다. 보험사기라는 깨진 유리창을 고칠 수 있는 훌륭한 방안임에도 몇 년째 진척이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보험사기는 특정 개인이 아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악질적인 불법행위로 일반사기와는 죄질이 다르다.

보험사기로부터 전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방탄유리가 금번 국회 회기 내 반드시 마련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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