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SW수출 1억弗돌파의 허실] 급성장세 불구 아직 갈길 멀어

현지화·전문가확보·특화전략 절실정보통신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소프트웨어 수출 실적은 1억2,400만달러에 달했다. >>관련기사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수출규모가 1억달러를 돌파했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다. 국내업체들이 지난해부터 비로소 본격적인 수출에 나선 것을 고려할 때 엄청난 성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 발표는 수출 1억달러 돌파라는 성과를 강조하기 위한 정부의 억지 꿰마추기에 따른 것이다. 상반기 수출 실적은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발표됐기 때문이다. 실제 입금액 기준으로는 9,200만달러로 1억달러에는 미치지 못했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특성상 입금액을 기준으로 실적을 잡는 것이 타당하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스템통합(SI)의 경우 대개 몇 년에 걸쳐 돈이 들어오기 때문에 계약금액은 큰 의미가 없다 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이 같은 통계의 조작을 감안하더라도 수출이 획기적으로 증가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지난해 모두 1억5,500만달러(입금액 기준)의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업체들은 올 상반기 9,200만달러, 하반기 3억9,000만달러(추정치) 등 모두 4억8,200만달러의 수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지난해와 비교할 때 수출이 상반기에는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데 이어 올 한해로는 3배 이상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세계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이 같은 성과도 '우물 안 개구리'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된다. 당장 국내 업체들의 연간 소프트웨어 생산규모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다. 소프트웨어 산업을 수출 주력 품목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현실을 냉정하게 따져본 후 우리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분야로 특화시켜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가장 큰 취약점은 해외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 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저 국내에서 히트를 쳤다는 이유만으로, 국내 시각에서 볼 때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만으로 무작정 해외로 진출했다가 참담한 실패를 경험하는 업체는 부지기수다. 드림인테크의 정경석 사장은 "수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화 작업"이라고 강조한다. 이때 현지화는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해외 현지인들의 정서에 맞는 인터페이스를 갖추는 한편 사용자 편의성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을 뜻한다. 외국인은 사용 습관, 접근 방법, 선호하는 디자인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우리와는 다르다. 따라서 반드시 필드테스트를 먼저 거쳐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시행착오와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소프트웨어 인력에 대한 고정 관념도 깨트릴 필요가 있다. 업계에서는 개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하지만 실제로 가장 필요한 인력은 개발 분야보다는 무엇을 개발해야 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소프트웨어진흥원 관계자는 "수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어떤 물건이 팔릴 지를 판단하고 전체 과정을 조율할 수 있는 전문가가 별로 없다"며 "개발은 외주로 처리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1등 제품에 대한 강박관념도 다시 생각해봐야 된다. 운영체제(OS),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미들웨어, 시스템관리소프트웨어(SMS), 개발툴 등 시스템 소프트웨어서부터 전사적자원관리(ERP), 공급자망관리(SCM), 고객관계관리(CRM) 등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오피스 등 사무용 패키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1등은 이미 정해져 있다. 전문가들은 "1등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욕과 노력도 좋지만 냉철한 현식인식을 바탕으로 틈새를 뚫겠다는 전략이 더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모든 원천 기술은 실리콘 밸리에서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현실적으로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특정 분야를 노려 특화 전략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ERP만 하더라도 모든 것을 갖추기보다는 회계 등 1~2개 분야를 특화해 경쟁력있는 제품을 만들어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기석기자 문병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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