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보기술(IT) 관련 종목을 포함한 대형주들이 단기 급등과 실적 둔화 우려로 주춤하면서 중ㆍ소형주에 유동성 ‘낙수효과(spill-over)’가 나타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8일 장중 한때 1,880까지 내려가는 등 약세를 보인 끝에 전날보다 3.84포인트(0.2%) 하락한 1,897.01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특히 대형종목지수는 0.31% 떨어지면서 코스피지수 하락률을 웃돌았다.
주목할 점은 이날 시장과 대형주의 흐름과 달리 중ㆍ소형주 지수는 오히려 상승했다는 점이다. 중형과 소형종목지수는 전날보다 각각 0.20%와 0.32% 올라 코스피지수의 급락을 방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코스피지수에 비해 규모가 적은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닥지수 역시 0.19% 상승한 채 거래를 마쳤다.
특히 외국인들은 대형주를 463억원 어치 팔았지만 중형주와 소형주는 각각 99억원과 7억원씩 사들였고, 코스닥에서도 25억원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날의 흐름을 유동성의 낙수효과에서 찾고 있다. 글로벌 저금리와 원화 강세로 국내로 밀려들어온 유동성들이 대형주에서 다른 곳으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등 주요 투자자들이 실적 둔화와 단기 급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대형주 대신 4ㆍ4분기 이후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중ㆍ소형주로 관심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중ㆍ소형주들이 지난 2007년 이후 시장 수익률보다 낮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저평가돼 있다는 평가도 이들에게 눈길을 돌리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유진투자증권과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ㆍ4분기 시가총액 101위 이하 종목으로 구성된 중ㆍ소형주의 영업이익 증가율(전분기 대비)은 20.7%로 대형주(31.7%)에 비해 11%포인트 낮았지만, 4ㆍ4분기에는 64.8%로 대형주(66.1%)와의 격차를 1.3% 포인트로 빠르게 줄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내년 1ㆍ4분기에는 중소형주가 대형주를 추월해 오히려 18.6% 포인트나 앞설 것으로 예상됐다.
정헌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실적을 비교할 때 4ㆍ4분기는 대형주보다 중ㆍ소형주 우위가 예상되고 있어 3ㆍ4분기 어닝시즌 후 이들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중ㆍ소형주 중 저평가돼 있고 밸류에이션까지 부각되고 있는 종목군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도 “풍부한 유동성이 오랫동안 저평가돼 있었던 중ㆍ소형주와 코스닥 종목으로 하여금 틈새시장을 형성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며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내년 본격적으로 증시에 가세할 경우 훨씬 더 좋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