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당첨금 부인 계좌에 넣었는데… 법원 "파경땐 나눠야"
김규남 기자 kyu@sed.co.kr
로또복권 1등 당첨자가 당첨금을 부인의 계좌에 넣어두고 함께 쓰려했다면 관계가 파경에 이른 후에는 당첨금을 나눠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8부(재판장 권택수 부장판사)는 최모씨(40)가 사실혼 관계의 동거녀 김모씨(39)를 상대로 낸 보관금 반환 소송에서 "피고는 당첨금 18억여원 가운데 10억원을 돌려주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26일 밝혔다.
2001년 결혼한 최씨와 김씨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아이를 한 명을 낳고 사실혼 관계로 생활하던 중 2005년 8월 경제적인 이유로 인한 불화가 생겨 별거했다.
같은 해 11월 최씨는 로또복권 1등에 당첨돼 김씨와 당첨금을 찾으러 갔으나 최씨는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지 않아 김씨 명의의 통장으로 당첨금을 수령했다. 같은 해 12월 최씨와 김씨는 당첨금 귀속과 그 사용 문제를 둘러싸고 다퉜고 최씨는 "보관을 맡긴 돈 18억여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당첨금 수령 당시 원고와 피고가 별거중이긴 했으나 원고가 피고를 믿고 당첨금을 피고의 통장에 예치한 점, 원고 스스로 피고와의 관계 개선 차원에서 피고를 믿고 당첨금을 맡겼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향후 피고와 함께 생활하면서 부부공동으로 사용할 의사로 피고에게 맡긴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첨금 중 1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원고가 그동안 부인으로부터 받았던 경제적 도움에 대한 대가와 향후 자녀에 대한 양육비 등의 명목으로 피고에게 증여하려는 묵시적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며 원고가 10억원 부분에 한해 피고에게 보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입력시간 : 2007/07/26 1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