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이것이 급소] 미국은 왜 한국 택했나 "위안貨 대응" 달러경제권 거점 지목USTR 자국 산업계등 대상 공개 의견수렴"미국식으로 시스템 바꿔라" 압박강도 높여노동·환경등 비경제분야도 협상테이블 올릴듯 이종배기자 ljb@sed.coo.kr 뉴욕=서정명특파원 vicsjm@sed.co.kr 자유무역협정(FTA) 왕국으로 불리는 칠레 못지않은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은 지난해 말 현재 16개국과 FTA를 체결 했고 남아공ㆍ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44개국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루과이ㆍ이집트ㆍ대만 등 7개국이 미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미국은 오는 2010년에는 50~60개국과 FTA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다. 미국은 한국과의 FTA 협상을 앞두고 3월부터 공청회를 실시하는 등 본격적인 실무작업에 들어간 상태. 미 무역대표부(USTR)는 15일(현지시간) 관보를 통해 다음달 14일을 시작으로 워싱턴DC에서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했으며 필요에 따라 공청회 횟수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음달 24일까지 미 행정부와 산업계ㆍ학계ㆍ이익단체 등으로부터 팩스와 e메일을 통해 공공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국과의 FTA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USTR가 공개적 민의수렴 과정을 거치는 것은 한국과의 공식협상에 앞서 산업계와 이익단체들의 의견을 강조함으로써 한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이처럼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수많은 국가 중 한국을 FTA 협상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택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가 최근 용역보고를 완료한 '미국의 FTA 추진동향 및 정책' 보고서에는 그 까닭이 잘 드러나 있다. 핵심에는 동북아시아에서 한국을 토대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실제 미국은 FTA 체결과정에서 대륙마다 거점기지(국가)를 확보해나가고 있다. FTA 현황을 보면 미주 대륙을 제외하고는 동남아 싱가포르, 북아프리카 모로코, 중동 요르단ㆍ바레인, 대양주 호주 등의 식이다. 개발도상국 위주의 FTA 추진도 특징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비롯, 체결됐거나 진행되고 있는 국가 가운데 선진국은 캐나다와 호주가 거의 유일하다. 특히 지난 2000년 들어서는 개발도상국과 집중적으로 FTA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경제적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역적자 주범으로 꼽히는 중국과 대미 무역에서 상당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선진국인 일본ㆍ유럽 등과 FTA를 맺어야 된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점점 힘이 세지고 있는 위안화(중국)와 유로(EU)에 맞서 미국 주도의 달러 경제권을 공고히 구축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으며 그 일환으로 한국과의 FTA가 이뤄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경쟁적 자유화(competitive liberalization)'를 FTA의 주요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경쟁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시장주의를 중심으로 개도국의 시스템을 바꿔 중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맞게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이 FTA에서 노동ㆍ환경 등 비경제 분야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는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실제 칠레는 노동법을 국제규범 수준으로 개정했고 모로코ㆍ과테말라도 노동법을 수정했다. 한국도 미국 입장에서는 바꿀 제도가 많은 대상 중 하나이다. 한국을 통한 중국 견제 등의 목적 외에도 미국은 FTA를 통해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무산 이후의 전략도 갖고 있다. 50~60개국과 FTA가 체결되면 DDA가 무용지물이 된다고 해도 전세계 무역이 미국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재편되는 점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한미 FTA에 따른 경제효과에 대해 미국은 자국이 이익, 한국은 우리가 이득 이라고 서로 상반되게 보고 있다"며 "한가지 중요한 것은 우리 못지않게 미국도 한국과의 FTA가 절실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협상에서 이 점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입력시간 : 2006/02/16 1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