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생보상장 계약자몫 얼마나 될까

정부가 삼성생명을 비롯한 생명보험사의 상장을 허용키로 함에 따라 계약자에게 돌아갈 몫이 얼마나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계약자에게도 상장에 따른 이익을 챙겨주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 뒤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계약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주식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교보와 삼성은 상장을 염두에 두고 지난 89년과 90년에 각각 자산평가를 통해 얻은 이익을 계약자들에게 나눠주었다. 따라서 상장 때는 배분할 게 주식밖에 없다. 유상증자(기존 자본금의 30% 이상)를 통해 일반 공모분을 계약자에게 돌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신주 발행 때 일반 투자자 배정분을 가입자들에게 돌리는 것은 증권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주장도 나올 가능성이 높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아직 확언할 단계는 아니지만 일반 배정물량을 계약자에게 돌린다는 것은 공모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어서 인정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가입자에 대한 자본이득 배분도 산너머산이다. 한편 아직 상장채비를 하지 않은 흥국생명과 제일생명은 앞으로 자산평가를 실시한 뒤 평가이익과 주식을 계약자들에게 나눠줘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떻게 나눌까= 계약자가 회사발전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차등배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10년 이상 장기 가입자와 1년도 안된 고객을 똑같이 대우할 수는 없기 때문. 계약기간과 납입 누적금액 등을 계량화시켜 고객들을 분류한 뒤 주식을 차등 배정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증자물량 가운데 일반청약분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한꺼번에 혜택을 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에 따라 삼성과 교보는 몇년에 걸쳐 증자를 단행하면서 단계적으로 주식을 내주는 방법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해당 보험사로선 기존 계약자 유지 및 신규 계약자 영입 등의 부수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일반 계약자 몫은 미미할 듯= 유상증자 물량 가운데 일반 공모분을 계약자들에게 모두 나누어 준다해도 현행 규정상 최대 30%까지다. 삼성의 경우 유상증자를 통해 600만주의 신주를 공모한다면 이중 180만주가 계약자 몫으로 돌아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삼성생명의 고객은 무려 850만명에 이른다. 더구나 일시납으로 수억원을 내놓은 계약자가 있는가 하면 매달 1,000만원 이상의 보험료를 내는 「로얄 고객」도 있다. 2% 미만으로 추정되는 이들 초우량고객이 계약자 배분물량을 대거 챙겨가고 나면 일반 계약자의 몫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과 교보 등은 『장기고객이 곧 우량고객이기 때문에 이들을 가장 우대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거액 가입자의 이익을 무시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배분놓고 마찰 예상= 계약자가 워낙 천차만별이어서 자본이익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우량고객은 물론, 소액 영세가입자까지 『한몫 챙기겠다』며 나설 경우 한바탕 홍역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삼성의 경우 신주인수가격은 자산가치 평가에 따라 정해지겠지만 이건희 회장이 임원들로부터 매집했던 주당 9,000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주장대로 주가가 70만원까지 치솟는다면 가입자 몫도 크게 늘어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일부 사회단체가 조만간 열리는 공청회에 나와 「주주몫을 털어 계약자들에게 돌리자」는 주장까지 제기할 것으로 보여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여론의 압박에 밀리다보면 전혀 새로운 방식이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전망. 유상증자 배정기준까지 뜯어고쳐 계약자 몫을 불리는 양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상복 기자 SBHAN@SED.CO.KR

관련기사



한상복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