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두 발을 땅에 딛고 살아가는 인간에게 새는 늘 선망과 동경의 대상. 거기에 인생사 희노애락이 덧입혀지며 옛 한시와 설화, 그림 속의 새들은 다양한 형상과 의미로 우리 삶에 끼어들었다.
첫 책 '한시미학산책'을 비롯해 고전과 한시에 관한 다양한 저술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어온 정민 한양대 교수가 이번에는 새(鳥)에 관한 책을 냈다.
새 소리로 노래하는 금언체(禽言體) 한시에서 시작된 관심은 중국·대만·일본 등의 조류학 서적에 닿았고, 인터넷 동호회까지 가입하게 만들었다. 연구 중 눈길 가는 문헌을 만나면 회전 옷걸이처럼 생긴 자료 수집함에 모은다는 정 교수의 '새' 항목은 그렇게 불룩해졌고 '새 문화사전'이 됐다.
학은 예부터 이슬만 먹고 신선이 타고 다니는 새. 천 년을 묵으면 푸른 빛(靑鶴)이 나고, 다시 천 년이 지나면 검어진다(玄鶴)고 했다. 고려시대 유토피아로 그려진 지리산 청학동은 여기서 유래한 이름이다.
특히 선비들이 학을 좋아해 오히려 재앙이 되기도 했다. 조선 후기 서유구의 '금화경독기'에는 야생 학 잡는 법이, 이덕무의 '이목구심서'를 보면 음악에 맞춰 춤추도록 길들이는 법이 자세히 나온다. 날지 못하게 깃촉(깃털 줄기의 뿌리 부분)을 잘라 굶겨가며 길들이고, 뜨거운 온돌방에 넣어 음악만 연주하면 춤추게 만드는 과정은 요사이 동물보호론자 입장에선 기겁할 일이다. 3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