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증권거래법 “주가기준” 규정/합병주체 주주들 평가손실 우려/합병전 무상증자 등 보완책 마련 시급금융기관 통폐합이 본격화되면서 우량 금융기관과 부실 금융기관의 합병시 합병비율 산출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재정경제원이 8개 종금사의 외환부문을 7개 시중은행에 매각토록함에 따라 금융기관 통폐합이 구체화되고 있다.
우량 금융기관이 부실 금융기관을 합병할 경우 합병비율은 해당 금융기관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의 이해가 걸린 첨예한 문제로 앞으로 통폐합 과정에서 심각한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증권거래법 등 관련 법규에서는 상장사간의 합병시 합병비율은 해당 기업의 주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금융기관 통폐합이 현행 법규에 따라 시행될 경우 피합병 대상 금융기관의 주가가 실제 자산가치보다 고평가돼 있어 합병 주체가 되는 우량 금융기관의 주주들은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종금사 외화부문을 인수하는 7개 은행과 해당 종금사의 주가를 살펴보면 C은행과 S종금, H은행과 Y종금은 양사의 주가가 비슷하다.
이들 은행과 종금이 결국 합병의 수순을 밟는다면 양사의 합병비율은 1대1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피합병 대상 종금사들의 부실규모와 자산가치를 종합하면 실질 자산가치는 현재 주가에 현저히 못미친다는 것이 증권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실 덩어리를 인수하는 우량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합병비율 산출의 기준이 주가로 될 경우 상대적으로 손해라는 것이다.
증권감독원 관계자는 『상장사의 경우 주가가 기업의 가치를 반영하는 가장 합리적인 지표이기 때문에 합병비율 산출의 기준이 되는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금융기관의 경우에도 합병 기준을 주가이외에 달리 적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증권전문가들은 『금융기관 통폐합이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실시되는 만큼 합병비율 산출 기준을 주가로 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합병비율 산출시 금융기관의 자산가치를 고려하거나 합병 주체가 되는 금융기관의 주주들에게 합병전 무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91년 상장사였던 한양투금과 금성투금이 합병해 보람은행으로 출범할 당시에도 자산가치가 우수했던 한양투금이 합병전 78%의 무상증자를 실시한 후 양사가 1대1로 합병했었다. 한양투금의 주주들은 무상증자를 통해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금성투금과의 합병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을 보상받은 것이다.<정명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