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외국인에게 배울건 배우자

흔히 글로벌기업에 근무한다고 하면 외국어 실력이 늘어나겠다며 부러워한다. 하긴 영어나 프랑스어 등 외국어가 비즈니스의 중요한 무기이기는 하다. 하지만 외국어보다 더 중요하게 배우는 것이 그들의 생활문화이다. 특히 교육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하루 10시간 이상 아이들을 책상 앞에 묶어둬야 하는 부모로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외국인들과 생활하다 보면 막연하게 가지고 있는 환상이 생활 곳곳에서 깨지게 마련이다. 영화 속에서만 본 그들의 생활, 또 잠시 스쳐지나간 그들이 어떤 문화와 사고방식을 가졌는지는 실제 겪어보지 않고야 알 수 없는 것이다. 우리와 가장 다른 점은 교육 문제. 부모와 자식간에도 분명한 책임과 한계가 있다. 우리는 애들이 조르면 웬만한 것은 다 들어주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그들은 어려서부터 확실하게 책임의 선을 긋고 부모로서 해주는 일에도 꼭 감사하다는 말을 하도록 한다. 또한 애들이 한 일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표시한다. 이렇게 자라다 보니 아이들은 독립심이 커지고 18세 이후에는 부모와 사는 것조차 수치스럽게 여기게 된다. 대학 학비도 론(loan)을 이용하는 게 통례이고 결혼식과 집 장만도 자신들의 힘으로 시작한다. 이처럼 그저 자유분방해서 무질서할 것 같은 그들에게서 오히려 우리보다 더욱 절제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봤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자식에게 너무 관대해 마치 부모가 자식에게 무한책임이 있는 듯 키웠고 스스로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은 떼를 쓰면 되는 것으로 배운 탓에 커서 사회 생활도 떼를 쓰면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관례는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 질서를 유지하는 면에서도 차이를 만든다. 예를 들어 무임승차나 장애우 자리를 비우는 기본적인 에티켓은 그들에게 생활의 하나이다. 술에 취해 고성방가를 하거나 경찰에게 대드는 사람도 보기 힘들다. 자연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낚시도 면허증을 가져야 하고 잡을 수 있는 어종에 따른 제한이 있는 그들의 문화에 자연보호구역에도 팻말을 붙이고 감시원이 있는 우리 사회를 이해시키기는 정말 어렵다. 가까이하는 토탈의 임원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프랑스나 스웨덴ㆍ핀란드 등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람은 한 손에는 흑인아이를, 또 다른 한 손에는 동양인 아이를 데리고 쇼핑을 하는 백인 여성이라고 한다. 입양아를 데리고 거리를 다니는 백인 여성에게 모두 존경심을 표시하고 최대한 예우를 한다고 전한다. 사회의 발전은 경제적인 풍요로움도 있지만 성숙한 시민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성숙한 시민을 만들기 위한 교육에서부터 우리의 인식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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