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ERP 성공의 조건

전세계인의 축제인 한일 공동월드컵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개최국의 이점을 살려 전국민이 16강 진출을 열망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도 우리 팀의 좋은 성적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전국민의 월드컵 열풍과 함께 또 하나의 열풍이 재계에서 불고 있다. 우리 국가대표팀의 감독 거스 히딩크의 지도방식을 배우자는 열풍이다. 돌이켜보면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이 우리 국가대표팀의 감독을 맡은 지도 1년6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필자도 열렬한 축구 팬인지라 그가 이끄는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의 성적에 관심이 많았다. 지금이야 히딩크 감독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지만 얼마 전 까지만 하더라도 그에 대한 믿음은 그렇게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 국가대표팀의 성적이 신통치 않자 많은 우리나라 축구 지도자들은 히딩크의 지도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맹렬히 비난한 적이 있다. 그때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지도자들은 그들이 주장했던 방식으로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아직 그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며 여유있게 응수했다. 그리고는 새로운 방식에 의한 기대이상의 결과들을 실제로 보여줬다. 16강 진출과 관계없이 이제 히딩크의 새로운 지도방식은 분명 우리 축구를 한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 ERP는 21세기 기업경영의 바로미터라고 할만큼 관심이 뜨겁다. 그동안 국내 유수 대기업을 대상으로 ERP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구축해왔지만 그 과정에서 각 기업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ERP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ERP는 Enterprise Resources Planning의 약자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 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ERP를 '전사적 자원관리'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바로 관리(管理) 라는 단어 때문이다. 관리라는 표현은 일어난 현상에 대한 분석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물론 기업경영에서 관리는 중요한 키워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통제와 감시 등 지극히 수비적인 고정관념이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관리 중심적 사고는 자칫 ERP 도입을 방해하는 경우로 나타날 때가 많다. ERP를 도입하는 것은 단순히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고 기업의 틀을 바꾸는 작업이다. 아울러 구성원들의 사고를 변화시키고 큰 그림에서의 변화를 모색하는 새로운 작업인 것이다. ERP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의 실무자를 만나보면 두 가지 큰 문제점이 있음을 발견한다. 첫째는 ERP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ERP가 도입된 후의 변화에 대한 비전과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ERP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추진할만한 충분한 준비가 결여되어 있고 따라서 도입된 후에도 조급하게 그 성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선진기업들은 우리보다 앞서 ERP라는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했다. 그들도 ERP를 도입하기 전에는 그들 나름대로의 프로세스에 의해 기업경영을 해왔다. 그러나 숱한 우여곡절 끝에 ERP를 도입하면서 기존의 경영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구성원의 의식을 변화시켜 현재의 경쟁력을 축적할 수 있었다. 이제 IMF 이후 이러한 다국적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기업으로서는 그들의 앞선 경영시스템을 발 빠르게 쫓아가지 않고서는 결코 무한경쟁시대에서 이겨나갈 수가 없게 됐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말처럼 한계를 드러낸 기존의 경영시스템으로는 결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에서 ERP는 출발해야 한다. ERP는 기업이 원하는 것을 모두 가져다 주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하지만 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나침반, 기업의 문제점을 알려주는 경보기, 전임직원의 경영 마인드를 향상시키는 교과서의 역할은 충분히 해 줄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ERP 도입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 기업 경영자가 있다면 히딩크 감독의 말을 다시 한번 더 떠올려 보기를 감히 주문한다. '현재 경영시스템의 문제점을 숨기거나 자위하지 말고 ERP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면 ERP에 대한 확신을 갖고 만에 하나라도 그 결과가 당장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을 경영자 스스로 다짐해 보기를 기대한다. /지광진<시너지씨엔씨㈜ 대표이사 사장>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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