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독도와 토요타

김상용 기자 <산업부>

독도문제로 촉발된 한ㆍ일간의 외교분쟁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울 중학동의 일본대사관은 연일 몰려드는 시위대를 막기 위해 경찰이 겹겹이 에워싸는 바람에 주변 교통까지 온통 마비될 정도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애국심을 앞세워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국내에 진출해 활동 중인 일본 업체들이다. 특히 한국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던 토요타 한국지사의 경우 이미 예정됐던 신차 발표회를 전격 취소하는 결단을 내려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차 발표회는 화려한 조명 아래 각계 인사를 초청해 새로운 야심작을 내놓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일년 내내 가장 공들여 준비하는 행사다. 이 같은 극약 처방은 토요타의 베스트 카로 꼽히는 ‘렉서스’의 주타깃이 중ㆍ장년층이라는 점에서 최근의 반일 감정이 판매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일본 자동차 업체들 역시 적극적인 대외 홍보나 판매 활동을 펼치기 보다 여론의 수위만 지켜보며 잔뜩 움츠려들고 있다. 이에 대해 토요타의 한 관계자는 “독도의 날 제정여파가 영업측면에서 사실 심각한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따지고 보면 이들의 목소리에 억울함이 잔뜩 배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 수입차 중 가장 왕성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며 현지화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회사가 바로 토요타이기 때문이다. 오기소 이치로 한국토요타 사장은 얼마 전 30억원 규모의 ‘토요타 펀드’를 조성해 다양한 방식의 사회공헌 활동을 약속했다. 이 같은 공익자금 규모는 한국토요타가 지난 2003년 48억원의 순이익을 올리고 배당으로 24억원을 나눠줬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않다고 볼 수 있다. 일본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남다른 현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엉뚱하게 반일감정의 대상으로 부각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따라서 양국간의 긴밀한 경제관계를 따져볼 때 일본에 대한 무분별한 감정적 배척은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산업계 원로들의 충고를 귀담아 들을 만하다. 산업의 쌀인 철강은 물론 자동차ㆍ섬유 등 우리나라 핵심 산업은 대체로 일본과 ‘불가근 불가원’의 관계에 놓여 있다. 절제되지 않는 반일감정은 시간이 지나고 보면 결국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냉혹한 현실을 한번쯤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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