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6월 3일] MB정부, 국민신뢰가 위기다

참 안타깝다. 취임 100일을 맞은 이명박(MB) 정부에 대한 가감 없는 느낌이다. 국민투표 지지율 48%라는 대단한 기록으로 출발했지만 겨우 석 달을 조금 넘긴 지금 만신창이가 됐다. 최근 나타난 여론 조사에서는 국민의 20%가량만이 지지하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경영의 최일선에 있는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는 ‘이명박 정부가 잘 하고 있다’는 평가가 아예 한 자릿수로 전락했다. MB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서울은 물론 지방 주요도시 곳곳에서 펼쳐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로 대변된다. 이렇게 전락한 원인을 이명박 대통령과 국정책임자들은 한마디로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진단한다. “정부가 국민에게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이 대통령ㆍ지난 5월22일 대국민 담화문에서) 과연 그럴까. 기자가 만나 본 상당수의 기업인들은 “(이 대통령이) 성공가도만 달리다 보니 주변의 지적이나 비판에 귀 기울이는 아량이 부족하다”거나 “MB가 정치지도자가 아닌 기업 CEO의 시각을 여전히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쇠고기 협상도 그렇고 대운하 프로젝트 진행 과정도 그렇단다. 결과만 중시하다 보니 과정이나 출발점(명분과 절차)에 담겨있는 파괴력을 무시했거나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내각이나 고소영(고대ㆍ소망교회ㆍ영남 출신)내각이라는 사회적 비난과 지적에 대해 단 한번의 망설임도 없이 고집스럽게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모습을 보여줄 때 더더욱 그렇다고 했다. 지금 MB정부와 국민 사이의 간극은 소통부족으로 발생했다기보다 진정성에 대한 신뢰의 붕괴에서 출발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선거공약이라지만 국민들이 MB를 선택한 것은 모든 것을 다 포기해도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만은 성사시키라는 의미가 아니지 않는가. 내각 구성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 근본부터 되돌아봐야 하는데 이 정부가 일을 처리하는 방식은 사람들이 눈치채든 말든 이 방향으로 해서 안 되면 저 방향으로라도 반드시 돌파하겠다는 모습이다.” 출범 100일을 맞은 MB정부가 아직도 촛불시위로 대변되는 사회적 마찰, 국민들의 불만을 소통부족 때문이라고만 바라본다면 참 위태로워 보인다. 기실 소통부족이라고 보는 것은 모든 사회적 엇박자나 불협화음이 ‘본질에서 발생된 문제’가 아니라 MB정부의 노력과 충정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포장 또는 선택’의 영역이 잘못됐다고 진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쇠고기 문제나 대운하 문제, 영어몰입교육 문제 등등 각종 사안에 대해 국민들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서는 좀더 세련되고 그럴싸한 포장지가 필요했는데 그동안 명품 포장지를 찾으려는 노력을 소홀히 했다는 반성쯤으로 읽혀진다. 이쯤에서 되돌아 보자. 실수나 실패는 누구나 하기 마련이다. 이 와중에 신뢰를 잃어버리면 정치지도자의 생명은 사실상 끝이다. 사람들은 지금 ‘MB 정부의 소통노력’이 아니라 ‘신뢰회복 노력’을 기다리고 있다. 반성의 본질은 정치적 테크닉이 아니라 정치 철학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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