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경기] 국내기업 승승장구 비결은…

환율 효과 · 제품 경쟁력 · 공격 마케팅 · CEO 위기경영<br>기업들 '엔고-원저' 효과 톡톡<br>美·日경쟁사 부진도 반사익<br>"외부환경 바뀌면 장담 못해… 본격적 승부는 3분기부터"



정보기술(IT), 자동차, 화학 등 국내 주력기업들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어닝 서프라이즈를 쏟아내고 있다. ‘사상 최대 영업이익, 사상 최대 매출’ 등을 내세우며 여전히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해외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에 밀리고 중국에 쫓기는 ‘샌드위치’ 신세에다 글로벌 위기까지 겹치면서 벼랑으로 몰릴 것 같던 우리의 대표기업들이 예상을 뒤엎고 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유로 ▦환율 등 우호적인 외부환경 ▦몰라보게 달라진 제품 경쟁력 ▦글로벌 시장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 ▦CEO의 위기경영능력 등 4대 요인을 꼽고 있다. 먼저 환율 등 우호적인 외부요인이다. 엔고-원저로 대변되는 환율은 우리 주력기업들에 큰 힘이 된 것이 사실이다. 환율 효과에 따른 혜택을 수치로 계량화할 수는 없지만 순이익의 10~20% 정도를 차지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본ㆍ미국 등 경쟁기업들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휘청거린 것도 국내 기업에 반사이익으로 작용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을 호령했던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는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함으로써 가까스로 회생을 모색하고 있다. 넘지 못할 벽으로만 여겨졌던 일본 소니도 TV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에 신음하며 자국 내 공장 10곳을 폐쇄하고 해외로 이전할 정도로 상황이 여의치 않다. 소니뿐 아니라 주요 경쟁상대인 일본 기업들이 잇따라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메이드 인 재팬’의 위력이 크게 줄어들었다. 제품 경쟁력이 크게 개선된 것도 우리 기업의 선전을 설명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실제 주요 기업의 2ㆍ4분기 실적을 보면 고가 제품의 판매 비중이 월등하게 높아졌다. 삼성SDI의 경우 고부가가치인 셀 판매 비중이 올 1ㆍ4분기 38%에 머물렀으나 2ㆍ4분기에는 51%로 절반을 넘었다. 향상된 제품 경쟁력은 일본이 주도한 2차전지 분야에서도 감지된다. LG화학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지난해 1ㆍ4분기에 2차전지를 5,300만셀 판매했으나 올 1분기에는 6,100만셀을 팔았다. 제품 경쟁력은 단순히 질이 높아진 것이 아니라 원가개선을 통해 싸게 만들어 비싸게 팔 수 있는 구조를 갖춘 데 기인한다. LG디스플레이만 봐도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ㆍ4분기 10%를 절감한 데 이어 올 2ㆍ4분기에는 5%를 절감했다. 김현중 동양종금 연구원은 “2ㆍ4분기 실적은 예상치를 뛰어넘는 진짜 선전”이라며 “전자업계의 경우 원가개선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 것이 주효했다”고 전했다. 외부요인에다 높아진 제품 경쟁력은 공격적 마케팅과 어울러져 빛을 더욱 발했다. 당장 현대자동차만 해도 올 1ㆍ4분기에 매출액의 3.3%가량을 해외시장 개척비로 사용했다. 이는 과거 평균 2~2.5%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특히 2009 미국 프로축구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 개막쇼에 제네시스 광고를 내보냈고 아카데미상 자동차 스폰서를 따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LG전자도 지난해 4ㆍ4분기 무려 매출액의 25%를 판매관리비로 사용하며 해외시장을 뚫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같은 공격적 마케팅은 시장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워낙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다 보니 증권업계에서는 마케팅 비용을 예측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휴대폰, LCD TV, 2차전지, 반도체 등 주요 품목에서 일본 등 해외 경쟁업체와 더욱 격차를 벌리고 있다. 외환위기를 경험을 살려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도 노련하게 회사를 이끈 CEO들의 위기경영능력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전자ㆍLG전자 등 국내 대표기업 수장들은 불경기를 이용해 한편으로는 비용절감 등 원가절감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인력 구조조정을 최소화하며 안정된 조직 시스템을 이끌었다. 외환위기 때 터득한 경험을 토대로 이번 위기에서는 ‘한국형만의 독특한 위기경영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김종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 기업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기업 경쟁력도 강화됐고 이를 활용해 불황기에 시장점유율도 높였다”며 “‘샌드위치 위기론’을 깼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 경쟁업체와 본격적인 승부는 3ㆍ4분기부터라는 지적도 있다. 이경태 국제무역연구원 원장 “우리 기업의 실적을 100으로 놓고 봤을 때 환율 요인을 60%, 제품 경쟁력 상승 등 내부요인을 40%로 본다”고 전했다. 환율 등 외부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바뀌게 되면 실적호조세가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현재 국내 기업 실적은 일종의 ‘불황형 흑자’에 비유할 수 있다”며 “선전 이면에는 내부요인보다 해외 경쟁기업들의 부진 등 외부요인이 크게 작용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