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현지시간) 스페인 중앙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스페인을 떠난 민간자본은 1990년 조사 이래 사상최대치인 1,630억유로에 달해 1,146억유로가 빠져나간 지난해 수치를 일찌감치 앞질렀다. 유럽 전역을 덮친 재정위기로 지난해에도 스페인에 자금 엑소더스 돌풍이 일었지만 올해는 불과 5개월 만에 이 수치의 144%에 달하는 자금이 유출되며 태풍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스페인 4위 규모의 방키아가 구제금융을 요청한 5월에 자금유출이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5월 한달 동안에만도 413억유로가 국외로 유출돼 96억달러가 빠져나갔던 전년동기에 비해 4배 이상 규모가 불어났다. 스페인 국내 은행과 내국인, 외국인 투자가 등을 중심으로 은행권 부실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된 결과다.
이에 따라 당장 유럽연합(EU)이 스페인 부실은행권을 구하기 위해 지난달 20일 최종 승인한 1,0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도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했다. 이미 이 수치를 훨씬 넘어선 금액이 스페인 금융권을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회원국 등의 반발로 상당한 진통을 겪으며 집행된 구제금융이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해법이 없다는 불안감이 확산될 수 있다.
또한 이번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6, 7월에 더 많은 자금이 스페인을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큰 점도 문제다. 10년물 국채금리가 최대 6.5%를 밑돌던 올해 5월까지 사상최대의 자금탈출이 이어졌는데 역대 최고금리인 7.6%를 돌파했던 지난 두달 사이에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해 유출규모가 더 커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슈피겔은 "지방정부가 긴급 금융지원을 요청하고 중앙정부도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스페인이지만 구제금융 소식에 은행권 위기는 한숨 돌렸다는 인식이 강했다"면서도 "하지만 은행권이 또다시 흔들리게 돼 국가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