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왕년의 스타 도티 페퍼(48ㆍ미국)는 "이제 골프를 글로벌 게임으로 받아들이자"고 말했다. 박인비(25ㆍKB금융그룹)가 올 시즌 3개 메이저대회를 독식한 1일(한국시간)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이다. 사실상 한국 선수들의 맹활약을 염두에 둔 말이다.
LPGA 투어 코리안 군단이 2013년 힘차게 진군하고 있다. 28개 대회 중 상반기 15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한국 선수들은 절반이 넘는 8승을 합작했다. 내용도 알찼다. 6승을 책임진 세계랭킹 1위 박인비는 그 중 3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일궈냈다.
◇2009년 12승 넘는다=전반기에 반타작이 넘는 우승 농사를 지은 한국 군단은 역대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낼 기세다.
한국 군단의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은 2009년의 12승이다. 당시 본격적으로 미국 무대에 진출한 신지애(25ㆍ미래에셋)가 3승을 거뒀고 최나연(26ㆍSK텔레콤)이 2승을 보태며 승수 쌓기를 이끌었다. 지은희(27ㆍ한화)가 US 여자오픈을 우승한 것도 그해였다.
내용을 보면 나란히 메이저 3승씩을 포함해 9승을 수확한 지난해와 2008년을 최고의 해로 꼽을 수 있다.
올해는 반환점을 돌자마자 8승에 메이저 3승을 거둬 승수와 내용에서 만점 활약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한 주 쉰 뒤 13개 대회가 남아 있어 12승 돌파는 시간 문제로 보인다. 메이저대회의 경우도 브리티시 여자오픈과 올해부터 메이저로 승격된 에비앙 챔피언십 등 2개 대회에서 승전보가 기대된다.
◇첫 올해의 선수, 코리안 슬램=역사적인 기록 수립에도 바짝 다가섰다. '세리키즈' 세대 박인비는 박세리(36ㆍKDB금융그룹)의 한 시즌 5승 기록을 이미 넘어섰다. 12주째 세계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박인비는 LPGA 투어 올해의 선수에도 사실상 확정했다. 올해의 선수상은 박세리ㆍ신지애ㆍ최나연 등도 받아보지 못해 한국 선수 최초의 수상이 된다. 박인비는 상금 200만달러를 돌파해 2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에 100만달러 이상 앞서며 상금왕 타이틀도 예약했다.
박인비가 남은 2개의 메이저대회에서 전인미답의 한 시즌(캘린더)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가운데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 우승컵을 싹쓸이하는 코리안슬램 가능성도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
◇힘내라, '신ㆍ나ㆍ연'=하반기에는 신지애와 최나연, 그리고 유소연(23ㆍ하나금융그룹)의 활약을 지켜볼 만하다. 시즌 개막전인 호주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신지애는 나비스코 챔피언십 공동 7위, LPGA 챔피언십 공동 5위에 올랐지만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최나연은 다섯 차례 톱10에 들어 그쳐 기대에 못 미쳤다. 유소연은 지난주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2위, US 여자오픈 3위를 차지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들이 신바람을 내면 한국 군단의 우승행진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