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국인→연기금·개인으로… 주도세력 '바통터치'


올들어 국내 증시의 주도세력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활발하게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들이 올들어 속도조절에 들어간 연기금과 개인들이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면서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는 견고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개인과 함께 연기금ㆍ퇴직연금 등 국내 유동성이 증시를 이끄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3,181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이 모두 주식을 내다 팔면서 코스피지수가 전일대비 0.43% 하락한 2,106.66포인트로 마감했지만 그나마 개인들의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하락폭을 줄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스피 지수가 상승세를 타는 가운데서도 줄곧 주식을 매도했던 개인들은 최근들어 점차 매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개인들은 지난 10일 이후 이날까지 9거래일 동안 1조8,840억원을 사들이면서 최대 매수 주체로 부상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들은 2,095억원을 순매도했고 기관도 8,511억원을 팔았다. 결국 개인들의 활발한 증시 참여가 최근 코스피지수 2,000 안착의 핵심 역할을 한 셈이다. 특히 개인들의 시장참여는 랩어카운트가 활성화되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자문형 랩은 직접투자와 펀드의 장점을 살리는 효과를 내면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자문형 랩 잔액은 지난해말 5조3.000억원을 돌파했으며 이달 들어서도 1조원이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개인들의 증시 참여는 증시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나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절대 금리가 여전히 낮은 상황이어서 은행 예금이자에 만족하지 못하는 개인들이 증시 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저축성예금은 7조원이 줄었다. 이는 10월과 11월 각각 20조원, 4조원씩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부진한데다 채권시장마저 침체에 빠지면서 유일한 대안으로 주식시장의 매력이 부각됐다. 여기에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실적이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개인의 참여의욕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국내 상장사들의 총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0% 급증한 100조원을 돌파하면서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들의 회귀와 함께 연기금과 국민연금 등 장기투자자금들이 주식 비중을 늘리는 것도 증시의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연기금은 지난주 이후 2,000억원을 순매수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황분석팀장은 “당초 개인들의 공격적 투자는 3월 이후로 생각됐지만 1월로 앞당겨지고 있는 느낌”이라며 “특히 최근들어 랩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개인들이 점차 주식투자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인들은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22조원, 2009년 32조원 등 2년간 54조원을 사들이면서 코스피지수가 2,000까지 올라오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외국인들의 스탠스가 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수가 2,000을 훌쩍 넘어서면서 국내 주식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데다 이머징마켓을 중심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긴축 모드가 조성된 점도 외국인들이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이머징마켓 포트폴리오가 한국 등 긴축추진 국가에서 상품가격 인상의 혜택을 보는 쪽으로 조정중”이라며 “이에 따라 올 한해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시황분석팀장은 “국내 유동성이 외국인의 빈자리를 메우면서 국내 증시가 한 단계 레벨업 되고 있다”며 “외국인의 연내 수급이 매도세로 전환되더라도 문제는 없을 듯”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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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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