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서울시 소방직은 딴집 자식?

서울시가 현 소방직 공무원의 3%, 즉 157명을 ‘퇴출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당초 서울시가 지난 16일 발표한 ‘2007 상반기 전보대상자 현황’에는 이들 소방직은 고스란히 빠져 있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보상은 제대로 못받는다’고 생각하는 소방직들의 불만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실상이 알려지게 됐다. 퇴출 대상에 오른 소방직 공무원은 소방령(사무관급) 3명, 소방위 19명, 소방장 61명, 소방교 52명, 소방사 22명 등 총 157명이다. 이들까지 포함하면 이번에 서울시의 퇴출 대상에 오른 공무원 수는 400여명을 훨씬 넘는 규모다. 소방직들은 완전히 ‘열’받아 있다. 일할 때는 특수직 신분으로 타 부서의 인력지원도 받지 못하면서 자를 때는 지방공무원으로 취급돼 퇴출 대열에 끼여야 하기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펜대나 굴리는 공무원들이 있다고 한다면 소방직들은 일반직들과 달리 24시간씩 2교대로 주 84시간을 근무해야 하는 실정이다. 사실 소방직들은 95년 광역단체 지방직으로 전환된 이래 본부장(2ㆍ3급) 1명을 제외하면 국가직 공무원은 없는 상태이다. 당연히 지방직 공무원으로 대우받아야 하나 아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들을 ‘의붓자식’ 취급하는 게 현실이다. 현행법(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상 소방직 공무원들은 검ㆍ경직, 교정직들과 함께 노동조합의 결성ㆍ가입이 금지돼 있다. 아울러 웬만한 직장이면 다 있는 직장협의회도 만들 수 없다. 이러다 보니 이들 소방직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고사하고 목소리라도 제대로 낼 만한 창구가 전무한 실정이다. 그나마 최근에 인터넷에 만들어진 ‘소방공무원발전협의회’라는 카페가 소방직들이 세상과 의사소통하는 유일한 통로가 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소방직들은 검ㆍ경이나 군인들과 달리 권한보다 의무가 많은 자신들의 특수한 사정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라도 노조 결성을 앞당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시는 제도 시행 과정에서 행여 ‘일 안 하는’ 무능 공무원을 모두 퇴출시키지는 못할 지라도 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불구덩이’ 속에서 고생하는 소방직 등 특수직 공무원들의 어려움을 세심하게 배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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