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29일 홍콩 증시에 상장하는 AIA생명에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집중됨에 따라 이들의 투자가 절실한 우리금융지주와 외환은행이 잔뜩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아시아 시장 투자자본의 상당액이 AIA 기업공개(IPO)에 쏠릴 경우 우리금융 지분(56.97%)매각이 흥행하기 힘들다는 판단 아래 일정 조율을 점검하는 등 대응책 찾기에 나섰다. 외환은행 역시 AIA생명 상장 여파로 호주뉴질랜드(ANZ)은행을 제외하고는 매각에 관심을 표명하는 기관투자가들을 찾기 쉽지 않은 형편이어서 가격 협상에 상당히 부담스런 상황이다. 28일 정부의 한 관계자는 “다음달 29일 AIA생명이 홍콩 증시에 신규 상장한다”며 “공모규모가 150억달러(약 17조원)에 이르러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규모 공모물량이 아시아 시장에 쏟아지면 해외투자가들의 관심이 그쪽으로 집중되기 때문에 우리금융 지분매각 작업이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며 “본격적인 민영화 작업일정은 올해 말이지만 전체적인 상황 점검은 필요해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당국은 AIA생명 상장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아시아 시장의 물량 부담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중국의 대형 생명보험사인 태평양재산보험공사(CPIC)가 3조6,000억원 규모의 IPO를 실시했을 경우에도 삼성화재 등 국내 금융주들의 외국인 지분율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홍콩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금융사 현지 사무소나 법인 등을 통해 시장 정보를 수집하는 등 외국계 투자가 동향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CPIC 상장 후 삼성화재의 외국인 지분율이 50%에서 40%대로 떨어졌다”며 “AIA의 홍콩 증시 상장 추진 소식으로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들의 관심도 더욱 낮아지고 있어 앞으로의 민영화 작업 진행에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사를 마친 호주 ANZ은행과의 매각협상을 앞둔 론스타도 ‘눈치보기’가 한창이다. AIA생명 물량부담으로 금융주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매각가가 낮아질 수 있어서다. 외환은행 매각에 정통한 미국계 사모투자펀드(PEF)의 한 관계자는 “주ANZ은행이 실사를 마쳤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AIA 상장에 따른 주가 변화 등 아시아와 한국 금융시장 변화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론스타도 아시아 금융시장 변화에 주목하고 특히 홍콩 증시에 더욱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며 “따라서 외환은행 매각 협상이 AIA상장 이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