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호주의 유턴

파이낸셜타임스 26일자

존 하워드 호주 총리가 지난 24일 호주 총선에서 노동당의 케빈 러드 총재에게 패배한 결정적인 이유는 경제 문제 때문도 아니고 외교 정책 때문도 아니었다. 호주 재계와 투자자들은 러드 총재의 승리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러드 차기 총리의 재정 정책은 그의 전임자인 하워드 현 총리와 마찬가지로 보수적이면서도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단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바로 노동 정책뿐이다. 차기 정부는 노동당이라는 이름에 맞는 노동 정책을 추진해나갈 것이고 근로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워드 총리의 11년 재임기간 동안 호주 경제는 탄탄한 성장을 해왔다. 러드 차기 총리가 밝혔듯이 이 같은 성과는 차기 정부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차기 정부의 외교ㆍ환경 정책은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하워드 총리는 그동안 호주가 중국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경계해왔다. 반면 러드 차기 총리는 그의 전임자와 달리 떠오르는 경제 대국 중국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중국통이다. 중국어로 연설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러드 차기 총리의 승리에 가장 당황해 하는 쪽은 미국이다. 러드 차기 총리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였던 하워드 총리와 달리 이라크에서 500명의 호주군 철군을 추진하고 있다. 비록 군사적인 영향력은 미미할지 몰라도 그동안 부시 행정부에 호주군의 이라크 주둔은 정치적으로 큰 힘이 돼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지구 온난화에 대해 호주의 입장이 180도 바뀌게 된 것도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부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하워드 총리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교토의정서 체결에 반대해왔다. 그러나 러드 차기 총리는 교토의정서에 가입하겠다고 즉각 약속했으며 보다 강력한 지구 온난화 방안을 논의하는 포스트 교토의정서의 열렬한 지지자다. 러드 차기 총리는 노동당이 과거 하워드 총리를 내쫓기 위해 벌인 무질서한 공격을 버리는 대신 정책 위주의 훌륭한 선거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그 결과 하워드 현 총리를 큰 표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러드 차기 총리는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됐다. 그가 이 권한을 계속해서 현명하게 사용하기를 바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