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꿈의 癌 정복 '희망의 빛'

美 생명공학기업 앨라일램 "혁신적 간암 치료 RNAi 요법 개발"<br>'ALN-VSP'로 명명된 신약 임상시험 결과 암세포 양분 통로인 단백질 생성 원천봉쇄<br>다른 암이나 대다수 질병에도 적용 가능 "21세기형 만병통치약 나오나" 기대감 커

미국 생명공학기업 앨라일램은 간암에 이어 희귀 유전 질환인 헌팅턴병의 RNAi 치료제 개발에도 뛰어든 상태다.

향후 2년 내에 암 치료에 혁신을 불러올 RNAi 치료제가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의학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암은 아직도 인류에게 정복되지 않은 질병이다. 하지만 얼마 전 미국의 한 생명공학기업이 RNA간섭 요법을 통해 암세포의 양분 통로가 되는 단백질의 생성을 원천 봉쇄하는 혁신적 간암 치료법을 개발, 암 정복을 위한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 특히 연구팀은 이 치료법이 간암 외의 모든 암들과 대다수 다른 질병에도 적용 가능해 21세기형 만병통치약의 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밝혀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 4월 미국에서는 어떤 치료로도 효과를 보지 못했던 말기 간암 환자 19명이 임상시험을 통해 한 실험용 신약을 처방받았다. 'ALN-VSP'로 명명된 이 약은 간암 세포의 생존에 필수적인 단백질의 생성을 차단,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데 투약 결과는 놀라웠다. 약 복용 후 몇 주도 지나지 않아 종양에 공급되는 혈류량이 62%나 감소한 것. 이는 암세포의 생식능력이 그만큼 저하됐다는 의미로 기존 치료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고무적 치료 속도다. ◇VEGF 단백질 차단해 암세포 사멸=ALN-VSP의 개발자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소재 생명공학기업 앨라일램. 이 회사는 RNA 간섭(RNAi) 요법으로 암세포가 필요로 하는 단백질의 생성을 원천봉쇄해 이 같은 성과를 얻었다. 기존 약들은 대개 암이라는 질병에 의해 유발되는 단백질의 생성을 막아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최소화하는 반면 ALN-VSP는 암세포 자체의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 공급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구체적인 작용기전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ALN-VSP를 복용하면 그 속에 함유된 합성 이중가닥 RNA(dsRNA)가 '혈관 내피세포 성장인자(VEGF) 단백질'과 '키네신 스핀들 단백질(KSP)'의 생산명령을 내리는 전령RNA(mRNA)를 제거하는 것. 여기서 주목할 것은 VEGF다. 이 단백질은 원래 새로운 혈관을 만드는 일을 하는데 암세포들은 커다란 암 조직으로 성장하기 위해 VEGF를 과다 생산한다. 그래야만 조직 깊숙한 곳까지 혈관이 생겨 원활한 산소공급이 가능해지고 증식과 전이도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VEGF는 암세포라는 군대의 보급로를 구축하는 일종의 공병대라고 할 수 있다. 즉 ALN-VSP가 mRNA를 제거, VEGF의 생성을 억제하면 자연스럽게 암세포의 양분공급이 중단돼 생식력 저하와 사멸이 초래되는 것이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임상시험에서 앨라일램 연구팀이 ALN-VSP의 합성 dsRNA를 환자들의 간에 투입하자 인체의 RNAi 시스템이 종양의 VEGF 단백질 생산에 관여하는 mRNA를 모두 파괴해 암세포가 더 이상 자라지 못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이자 생물화학자인 존 마라가노어 박사는 이를 싱크대에 물이 넘치고 있는 상황에 비유한다. 지금까지의 암치료제가 바가지로 싱크대의 물을 퍼내는 것이라면 RNAi 요법은 아예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암 정복 넘어 모든 질병을 치료=RNAi 요법의 가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연구팀은 작용기전을 조금만 재설계함으로서 별다른 치료법이 없는 암 유전자의 75%를 공격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암이 아닌 수백 가지의 다른 질병들도 치료 가능 대상에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척추동물은 RNAi로 mRNA를 제어하며 RNAi에 dsRNA 조각을 결합시키는 방식으로 RNAi가 특정 단백질의 생산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게 그 근거다. 미국 듀크대의 분자생물학자 브루스 설렌거 박사도 RNAi 요법으로 약 2만여종의 유전자 발현을 멈출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향후 인류는 암 정복은 물론 줄기세포나 유전자 요법으로도 고칠 수 없었던 난치병들을 치료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다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일단 RNAi 약물이 표적세포만 정확히 공격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치료제의 dsRNA가 정상세포의 정상적 단백질 생산까지 방해하거나 약품이 표적에 도달하기 전에 인체 면역체계에 의해 파괴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의 해법으로 앨라일램은 지방성분에 약물을 감싸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다른 질병에 대한 효용성 검증을 위해 희귀 유전 질환인 헌팅턴병의 RNAi 치료제 개발에 돌입했으며 시력감퇴ㆍ근육성이영양증ㆍ에이즈 등에도 RNAi 요법의 접목을 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RNAi 요법이 비교적 복잡하지 않고 대형 제약사들도 속속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2년 내에는 관련 치료법이 일선현장에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마라가노어 박사는 미국 파퓰러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RNAi 요법이 꿈의 만병통치약이 아닌 오직 간암에만 효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설령 그렇더라도 우리가 누리게 될 혜택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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