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섬유전문업체인 동양제강이 슈퍼섬유의 일종인 초고강도 폴리에틸렌 원사(UHMWPE)를 자체 개발하고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 차재혁 동양제강 연구소장은 31일 기자와 만나"지난해 7월 전용 생산시설을 갖춘 데 이어 최근 초고강도 폴리에틸렌 원사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며 "현재 국내 방탄복 제조업체와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수요 업체에 본격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동양제강은 현재 경남 창원에 있는 생산시설에 대한 증설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생산규모를 500톤 규모까지 늘려 국내외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UHMWPE원사는 폴리에틸렌(PE)을 이용해 만든 슈퍼섬유로 1데니어로 최대 40g을 견딜 수 있는 강도를 갖고 있다. 이는 강철선에 비해 인장강도가 10배 이상 높은 것이며 또다른 슈퍼섬유로 알려진 아라미드(26g)보다 훨씬 강하다. UHMWPE원사는 특히 높은 강도에도 불구하고 밀도가 낮아 물에 뜨는 등 독특한 특성을 보여 산업용이나 군사용 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 드릴십이나 항공모함 등 선박을 매어둘 때 사용하는 로프나 포를 덮는 방탄천, 산업용 장갑, 패러글라이더, 낚싯줄, 어업용 그물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가공이 까다로워 그동안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양산화에 이른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차 소장은 "폴리에틸렌의 경우 200℃의 온도에서 녹여 가공을 할 수 있지만 초고강도 폴리에틸렌 원사는 열에 녹지 않고 화학적 방법을 이용해 젤 상태로 만드는 가공법이 필요하다"며 "물성을 유지한 채 젤상태로 가공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연구기관은 물론 대기업에서도 개발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세계 UHMWPE원사 시장은 네덜란드 DSM 등 3~4개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 허니웰, 일본 동양방적 등도 DSM이 지난 1980년 개발한 원천기술을 이전받아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는 최근 TK케미칼이 생산을 위해 신규 투자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동양제강은 지난 2002년 DSM의 원천기술특허가 만료된 것을 계기로 직접 개발에 뛰어 들었다. 지난해 시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최근 미라클이라는 브랜드로 양산체제를 갖추는데 성공했다. 동양제강은 특히 원사 제조기술은 물론 제조장비까지 직접 개발해 특허까지 획득한 상태다. 동양제강은 기존 사업분야인 선박용 로프부문에 UHMWPE원사를 도입해 드릴십 등 선박에 쓰이는 로프 '테라맥스'를 출시했으며 원사 수요가 높은 유럽과 미국, 일본 등으로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UHMWPE원사 시장이 국내 400억원, 세계시장은 4,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차 소장은 "현재 DSM이 시장을 장악하는 최고 등급 원사개발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갖추면서도 원가를 낮춰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