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한국은행의 전격적인 콜금리 인하는 미국 테러사건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국내경기 둔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노력의 일환이다.한은은 이례적으로 19일 오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사상최대폭인 0.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결정했다. 정례 금통위는 다음달 11일 예정돼있었다.
한은의 콜금리인하는 미국 테러사건 이후 세계 주요국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유례없는 금리인하 공조노력의 일환으로 소비심리 회복과 기업의 수익성개선에는 어느정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회복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불투명하다.
세계경제 부진이 예상보다 심화되면서 우리경제의 2.4분기 성장률이 2.7%로 낮아진데 이어 3.4분기들어서도 성장둔화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테러사건이라는악재가 터져 경기둔화가 가속화,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철환 한은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금리인하가 경기둔화속도를 떨어뜨리는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총액한도대출금리 인하 및 한도증액으로 은행의 총액한도대출 지원대상자금조달금리가 하락함으로써 기업대출 취급유인이 강화돼 무역금융 등 기업대출이 크게늘어나고 금리도 상당폭 인하될 것으로 한은은 기대하고 있다.
◆수요면에서 물가상승압력 크지 않다는 점이 금리인하 배경 전 총재는 미국 테러사건 충격이 심화되고 있어 빠른 시장대응이 필요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 테러사건 여파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가능성 등 물가불안요인이 발목을 잡고 있지만 당분간 수요압력에 의한 상승요인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5월이후 점차 상승세가 둔화돼 8월중에는 전년동기대비 상승률이 5%대에서 4%대로 하락했다.
근원인플레이션율도 8월에는 연초이래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이면서 올들어 처음으로 물가안정목표(3±1%) 범위내로 진입했다.
향후 소비자물가는 수요면에서의 상승압력이 없는 가운데 농축수산물, 공공요금및 공업제품 등의 가격이 대체로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므로 최근 미국 테러사건의향후 파장에 따른 국제유가 움직임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국제유가는 미국 테러사건이후 배럴당 24달러 내외에서 30달러 수준까지 일시급등했다가 17일 25.6달러(두바이유 기준)로 낮아졌으나 향후 동절기 난방유 수요증대 등 계절적인 상승요인과 함께 미국의 대응정도에 따라 추가상승 가능성이 있다.
◆저금리 부작용 우려 현재 콜금리는 물론 각종 시장금리 및 금융기관 여수신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에머물러 있어 금리생활자의 소득감소와 부동산시장으로의 자금유입에 따른 인플레기대심리 확산 등 부작용이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그러나 국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크게 증대되고 있고 우리경제의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것으로 보여 저금리유지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은은 금리인하를 통해 소비 및 투자심리를 진작, 국내경기의 급속한 위축을방지할 계획이다.
국제적인 부동산 가격상승은 예의 주시할 방침이며 금리생활자의 소득보전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연금제도의 정비, 물가안정을 통한 실질금리 보장 등이 필요한 것으로 한은은 진단했다.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없나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가 정체 또는 마이너스 성장에 이를 정도로 침체되고 물가는 인플레 기대심리 확산으로 매우 높은 상승세를 보이는 경제상황이 비교적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를 지칭한다.
한은은 올들어 경기가 둔화되고 물가불안이 계속되면서 미국 테러사건의 영향으로 우리경제에 스태크플레이션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지만 최근국내 경제상황이 스태크플레이션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은은 테러사건에 대한 미국의 대응정도에 따라 국내경기 및 물가상황이 크게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제유가 급등과 세계경제의 장기침체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한 스태그플레이션 상태까지는 초래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각국 금리인하 공조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가 금리인하 공조에 나섰다.미국 테러사건이후 국제금융시장 불안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한 노력이다.
17일 밤(한국시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콜금리와 재할인율을 각 0.5%포인트 내리자 캐나다, 유럽중앙은행(ECB), 스위스, 스웨덴이 잇따라 금리를 낮췄다.
18일에는 아시아에서 홍콩과 대만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씩 내렸다.
일본은행도 재할인율을 0.25%에서 0.1%로 낮췄으며 영국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서울=연합뉴스) 진병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