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비록 1g의 트랜스지방을 포함하고 있지만 난 '트랜스지방 제로'야." 0도 아니고 거의 없는 것도 아니면서 '제로'(zero)라니. 이런 사기꾼이 다 있나 싶어 휴대전화 발신버튼을 누르며 바로 신고에 들어간 김씨. 그러나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뜻밖의 답변. "그게 맞아요." 어떻게 트랜스지방은 몇 g을 가지고도 제로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된 걸까. 지방산은 보통 지방으로 불리는데 동물성 기름인 포화지방과 식물성 기름인 불포화지방으로 구분된다. 그 동안 포화지방은 심장병 같은 혈관질환에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면이나 과자류 등을 튀길 때 불포화지방이 들어간 식물성 기름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액체로 된 식물성 기름에 음식 재료를 튀기면 너무 딱딱하거나 무르는 등 씹는 맛이 잘 살아나지 않고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기도 어렵다. 이 식물성 기름에 수소를 인공적으로 집어넣어 만든 고체기름을 이용하면 이런 문제가 단번에 해결된다. 하지만 고체기름을 만드는 과정에서 인위적인 트랜스지방이 생긴다. 트랜스지방은 불포화지방(식물성 기름)이지만 포화지방(동물성 기름) 못지않게 나쁘다. 즉 트랜스지방을 많이 먹으면 체중이 늘고 혈관을 좁게 하는 나쁜 콜레스테롤(LDL)이 많아져 심장병, 동맥경화증 등의 혈관질환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과자나 빵, 면 종류를 먹지 말아야 할까. 이런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각 식품업체는 몇 년 전부터 트랜스지방을 대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미흡한 수준. 현재 기름 관련 업체는 고체상태이면서도 트랜스지방이 없는 기름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트랜스지방 포함 정도를 소비자가 알기 쉽게 한다는 취지에서 식품 섭취 1회 분량 기준으로 트랜스지방이 0.5g 미만 들어있으면 '트랜스지방 0(제로)'를, 0.2g 미만이면 '무(無) 트랜스지방'으로 강조해서 표시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그런데 소비자단체는 식품마다 1회 섭취량이라는 기준이 모호하고, 또 트랜스지방이 조금 들어있는데도 '제로'나 '무'라고 강조 표시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크다는 의견이다. 제로나 무라는 표현은 식품에서 유독 많이 사용한다. 영양표시 기준에 따르면 식품 100g(또는 100ml)당 0.5g 미만이 지방ㆍ설탕이 들어가면 '무지방', '무설탕'으로 표현할 수 있다. 즉 무설탕 껌도 설탕이 들어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다른 분야에서도 100% 정확한 값이 아닌 근사치를 사용하지만, 날마다 만나는 식품이 '0'도 아니면서 '무'와 '제로'로 강조표시가 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