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독자칼럼] 담 허물고 열린세상 만들었으면

우선 자기 집 담부터 헌 그는, 자동차와 낯선 어른이 무서워 밖에 나가기 두려웠던 어린이를 위한 공간과 이웃들이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마당을 마련했다. 처음에 이상스럽게 바라보았던 주민들이 하나 둘 모이고, 서로 마음을 주고받게 되면서, 서먹서먹하게만 살아왔던 그 골목 주민들은 차차 열린 마음이 되어 자신의 담을 모두 헐 수 있게 되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유대관계가 돈독해진 이웃들은 주차공간에 화단을 만들어 자동차를 다른 곳으로 옮겼고, 그 골목은 아무도 이사가고 싶지 않은 열린공간으로 정겹게 자리잡았고…자연에서 만난 사람들은 초면에도 기꺼이 도움을 주고받지만, 회색 도시의 사람들은 서로를 경계한다. 숲이 있는 하늘 넓은 공원에서 시선이 마주친 시민들은 가벼운 인사를 나눌 수 있지만, 한뼘 하늘의 담 높은 골목에서 눈이 부딪히면 이내 외면하고 만다.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우리는 너그럽게 열리고 익명성 회색 공간에서 삭막하게 닫히는 모양이다. 지구온난화를 에어컨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수돗물 불신과 대기오염을 정수기와 공기정화기로 해결한 사람은 돈이 없어 고통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대다수 사람의 고충을 십분 이해하지 못한다. 담을 높게 올리고 그 위에 철조망에다 깨뜨린 유리병까지 살벌하게 장식한 사람은 사설 방범장치까지 부착하지만 도무지 마음을 놓지 못한다. 초인종이 울리면 신분확인 작업이 철두철미하다. 담은 물론, 현관문까지 열어제친 동네는 내것 네것으로 핏발서지 않는다. 정수기 공기정화기는 자신만을 생각한다. 에어컨과 마찬가지로 환경에 대한 높은 담이다. 이웃은 물론 후손마저 차단한다. 환경은 자신만의 폐쇄공간이 아니다. 38억 년을 유지해온 지구 생태계의 열린공간이다. 사람도 생태계의 일원이다. 담 허물기로 대구의 한 골목이 돈독하게 열렸듯이 환경의 담을 헐어내면 어떨까. 열린 환경을 물려받은 우리는 후손에게 어떤 환경을 넘겨주어야 하나. 더 이상의 삭막한 환경이 아니라면 담 안의 배타적 환경보다 담 밖의 환경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박병상(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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