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한창훈 부장판사)는 13일 ‘오리온그룹 비자금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경민(53)그룹 전략담당 사장(CSO)의 첫 공판에서 이날 구속기소된 담철곤(56) 회장 사건을 병합해 함께 심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담 회장의 지시를 받고 그룹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 사장은 비자금 을 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홍송원(58) 서미갤러리 관장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열린 첫 공판서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조 사장 측은 “검찰 수사기록 복사본이 지난주 목요일에나 도착해 변호인 측 의견서가 아직 정리되지 못했다”며 기일 연기를 요청했다.
또 다른 피고인인 홍송원 서미갤러리 관장은 “미술품 거래를 가장해 ‘돈세탁’한 사실도 없다”며 “검찰이 횡령액으로 파악한 40억 6,000만원은 마크힐스 시행사 대표 박모씨와 정상적으로 그림을 거래하고 대금으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 사장은 청담동 고급빌라 ‘마크힐스’를 짓는 과정에서 오리온그룹 자금 40억 6,000만원을 횡령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스틸라이프(Still Life, 시가 90억원 상당)’를 담보로 대부업체 등에서 대출받은 180억원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횡령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루돌프 스팅겔의 그림 '언타이틀드(Untitled, 8억1천만원 상당)'의 경우 본래 홍 관장의 소유였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법인자금 5억 5,000만원을 개인 채무변제를 위해 사용한 혐의를 인정하고, 회사가 입은 피해를 모두 갚았다고 밝혔다.
이날 법정서 홍 관장은“공정한 사법부의 판단을 믿고 기다릴 것이며 범죄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심경을 밝혔다.
지난달 구속기소된 조 사장은 담 회장의 지시를 받고 위장계열사의 지분을 이동시키거나 고급 빌라 신축하는 과정에서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검찰은 홍 관장을 미술품 매매를 가장해 그룹 비자금을 세탁하고 고가의 미술품을 담보로 188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