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얼지 않은 한강, 36년 만에 가장 추운 경칩…' 우리나라가 지난 겨울 1904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따뜻한 날씨를 기록하는 등 지구온난화와 엘리뇨로 인해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기후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불안감이 더해지고 있다. 오는 21일 국내 최고의 기상학자들과 세계의 석학들이 서울에 모여 전지구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극심한 기후변화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미래 전망을 제시할 예정이어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국제 학술대회 '2007 기상학술심포지엄'이다. ▦230년간의 서울 강수량 변화 ▦탄소 배출권의 경제적 파급효과 등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표될 주요 연구사례를 미리 알아본다. ◇갈수록 줄어드는 서울 강우량= 이번 학술대회에서 눈길을 끄는 연구성과중 하나가 하경자 부산대 교수(대기과학과)의 '서울의 강수량 변화 관련 보고서'이다. 조선 영조 때였던 1771년부터 2000년까지 230년간 서울의 강수량 변화를 분석하는 국내 최초의 보고서이다. '어떻게 230년치 강수량 자료가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겠지만 놀랍게도 우리 선조들이 발명한 '측우기'가 이 같은 작업을 가능하게 했다. 기상청으로부터 관련 데이터를 받은 하 교수는 최근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했다. 230년 기간 중 1881년과 1952년 등 2개의 전환점을 기준으로 강수패턴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1771~1881년(A), 1881~1952년(B), 1952~2000년(C) 등 3구간 중 A구간에서 평균 강수량이 가장 많았고 이어 나머지 두 구간으로 갈수록 강수량이 적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6~9월에 걸쳐 고루 비가 내리던 패턴이 사라지고, 8~9월의 2차 장마도 많이 사라지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을 주최하는 한국기상학회 학술위원장인 최우갑 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이 같은 장마 패턴의 변화는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는 연평균 1,300mm의 강수량이 장마철에 집중돼 이 기간 중 최대한 댐을 이용해 물을 담아두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2차 장마가 사라지고 있는 만큼, 정부도 과거 장마패턴을 기준해 세웠던 물저장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물 부족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0억달러 규모의 탄소 배출권시장 =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학문적 논의는 물론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질 예정이어서 국내 산업계의 관심을 끌 전망이다. '지구 온난화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마이클 슐레진저 미 일리노이대 교수와 이명균 계명대 교수(에너지환경계획학과)의 탄소 배출권 관련 보고서가 발표된다. 국제사회는 현재 온실가스 감축(CDM)사업을 통해 탄소 배출권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일반 쓰레기도 종량제 봉투를 구입해 버려야 하듯, 온실가스를 허용량보다 초과 배출하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권리(배출권)를 다른 나라로부터 사들여야 한다. 극단적인 경우 탄소 배출권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은 국내에서 더 이상 공장 신규 건설이나 증설이 불가능하게 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한국전력, 포스코 등 에너지 다소비 기업들이 현재 탄소 배출권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며 "탄소시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에 큰 영향을 끼치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고 강조했다. 세계 탄소 배출권 시장 규모는 지난 2004년 10억 달러에서 2005년 100억 달러, 2006년 200억 달러(추정치) 등 매년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기업들도 회사생존의 차원에서 탄소 배출권 문제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