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특별기고] 투자운용회사 평가 철저히

흔히 운용회사 평가의 기본요소로서 4P(PHILOSOPHY, PROCESS, PEOPLE, PERFORMANCE)를 든다. 간단하게 요약하기는 힘들지만 투자논리·일관성·투자기술역량을 점검하는 것인데 계량적이기 보다 정서적 판단을 필요로 한다. 기본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기타 점검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계량적으로 가능한 과거성과도 참고는 되겠지만 과거성과가 미래성과를 보장하지 않는 점에서 그 요인을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 어쨌든 개인투자자로서는 힘든 일이다.연기금 등 거대자금을 관리하는 기관투자가는 어떨까. 이들 기관들은 연금 수혜자 등 타인의 자금을 위탁받아 관리한다는 점에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와 의무를 지게되며 투자에 대한 상당한 지식과 능력 역시 당연히 요구된다. 따라서 이들 기관들이 외부 운용회사에 자금운용을 위탁하려면 운용회사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엄격한 기준에 의한 평가로 투자목적에 맞는 운용회사를 선정하려는 노력과 능력 또한 당연한 책무라 하겠다. 연금제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연기금의 운용회사 선정절차와 관행이 투자운용업의 수준을 높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한다. 자산규모 1,000만달러 이상의 연기금이 1만4,000개가 넘고 이들의 총 자산규모도 6조달러 정도이며 이 자금의 60% 정도가 외부 전문 운용회사에 위탁 운용되고 있으니 자금유치를 위한 운용회사간의 경쟁은 치열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 연기금의 운용회사 선정기준과 과정이 하도 까다로워 운용업계에서는 연기금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과정을 장애물 경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연기금으로부터 프리젠테이션을 해달라는 요구를 받는 것도 업계에서 상당한 평판을 얻고 있어야 가능해 속된말로 웬만한 회사는 명함도 내밀 수 없다. 이들의 각종 질문에 답하는게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며, 그후에도 직접 방문, 인터뷰, 과거운용내역 요구 등 내용의 진실성 확인을 위한 여러 과정에 응해야 한다. 또 연기금이 원하는 투자스타일과 능력을 가진 운용회사로 인정된 후에도 이들의 자금이 소중하게 관리될 것 이라는(결코 큰 회사만을 선호하는 것은 아님) 확신을 주어야 하고 일정기준을 통과한 회사중에서 최고로 평가돼야 비로소 자금유치가 가능하게 되므로 이들에 대한 마케팅을 장애물 경기라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 듯하다. 물론 자금 유치에 성공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때부터 연기금의 운용회사에 대한 감시가 시작돼 합의한 내용과 조금이라도 다르게 운용되면 감시대상, 정밀검토대상으로 지정되고 급기야 계약해지까지 당하게 되므로 일관적 투자관리에 노력해야 한다. 이런 감시와 평가활동은 기금관리에서 당연한 필요과정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수행이 어려운 곳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수요는 공급을 낳게 마련이다. 투자컨설팅회사들의 연기금을 상대로 전문적으로 운용회사를 평가, 선정해주는 업무가 활성화돼 있어 실질적으로 외부에 위탁, 운용되는 연기금 자금의 60% 정도가 컨설팅회사의 평가 및 선정 서비스를 이용해서 운용회사를 선정하고 있다니 운용업계에서 이들 컨설팅회사들의 영향력을 짐작할 만 하다. 높은 수준의 투자관리요구가 높은 수준의 투자관리공급을 낳게 마련이듯이 운용회사의 투자관리의 질·진실성·투명성은 감독기관의 규제나 감독 보다는 철저한 상업적 요인에 의한 감시, 평가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증권회사·기관투자가들은 각각 판매력과 자금규모로 인해 투자관리업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그 영향력이 정당한 감시, 평가에 의해 행사된다면 자신들의 이익은 물론 투자운용업의 발전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운용회사에 대한 감시 및 평가를 안한다는 것이 아니고 좀더 체계적으로, 전문적으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내년부터 채권시가평가제가 실시되는데 지금처럼 수익률 입찰방식에 의해 운용회사를 선정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요즘 운용회사나 자문회사 설립이 한창 성행하고 펀드수도 늘고 있는데 전문적인 감시, 평가기능과 역할에 인식을 새로이 해야 할 것이다. 韓廣敎(현대투자신탁운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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