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구 온난화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미 역사상 가장 강력한 발전소 탄소배출 규제안을 내놓는다. 임기말을 맞아 '정치적 업적 쌓기'에 화룡점정하기 위한 차원으로 미 전력산업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특히 오는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한국을 비롯해 중국ㆍ인도 등 신흥국에 대한 미국의 동참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2일(현지시간)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발전소 탄소배출 규제를 담은 '청정전력계획' 최종안을 3일 발표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최종안은 지난해 6월 초안보다 더 강화된 방안을 담았다. 우선 오는 2030년까지 미국 내 발전소의 탄소배출량 감축목표(2005년 대비)가 당초 30%에서 32%로 높아졌다. 석탄발전이 전기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현재 39%)은 당초 제시된 30%에서 27%로 낮췄다. 대신 풍력ㆍ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치는 당초 22%에서 28%로 대폭 높였다.
각 주(州)는 개별적으로 발전소 탄소배출량 감축목표를 정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해 2018년까지 미 환경보호청(EPA)에 제출해야 한다. 대신 목표치가 대폭 강화된 점을 감안해 규제적용 시점은 당초 2020년에서 2022년으로 2년 늦췄다.
규제계획이 그대로 시행되면 미국 내 석탄화력발전소 수백곳이 폐쇄되고 추가 건설이 중단되며 전기요금은 10%가량 오르는 등 미 전력산업에 일대 충격이 예상된다. EPA는 "이번 규제로 총 84억달러의 비용이 발생하겠지만 청정에너지 사용 증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질병ㆍ조기사망 감소 등으로 최대 540억달러의 경제적 혜택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을 마지막 업적이라고 보고 발 벗고 나설 기세다. 그는 24일 라스베이거스에 열리는 '국가청정에너지회의'에서 기조 연설자로 나서고 이달 말에는 알래스카를 방문해 기후변화가 북극권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개최되는 회의에도 참석한다. 다음달 미국을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과도 기후변화 문제를 논의하며 여론몰이를 주도한다.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수석 보좌관은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대통령에게 기후변화가 가장 중요한 어젠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성의'를 보인 만큼 국제사회에도 불똥이 튈 게 뻔하다. 더우드 자엘케 지속가능개발연구소(IGSD) 소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12월 파리 회의를 앞두고 중국·인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인도네시아 등 다른 나라들이 탄소배출량을 더 크게 줄이는 데 이번 규제안을 지렛대로 이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공화당과 석탄 의존도가 높은 주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미 의회와 사법부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20여개 주와 에너지 기업 이익단체는 정부 규제안을 '석탄에 대한 전쟁'으로 규정하고 법정 투쟁을 예고했다. 이들은 새 규제안이 시행되면 일자리 감소 등 경제가 황폐해지고 전기료 상승으로 저소득층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규제안이 내년 대선 쟁점으로 부상하며 유권자들의 선택에 중대 변수가 됐다는 게 뉴욕타임스(NYT)의 설명이다. 의회 전문지인 더힐은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정도의 의석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사법부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