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트릭은 통하지 않았다

제10보(153~162)



아직 희미하나마 승부의 변수가 여전히 남아있다. 적어도 최철한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흑55로 먹여친 수순은 고도의 심리전이었다. 최철한이 기대하는 것은 상대방이 겁을 먹고 부자몸조심을 하는 길이었다. 그가 머릿속에서 암암리에 그려보고 있는 가상도는 참고도1의 백1과 흑2였다. 만약 백이 실전보의 백58로 참고도1의 백1에 몸조심을 해주기만 한다면 흑2로 두어 상변 백대마를 잡으러갈 예정이다. 이 코스라면 백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실전보의 흑55는 말하자면 필사적인 엄포였던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하나의 도박이며 트릭이었다. 최철한의 속셈을 이세돌은 훤히 꿰뚫어보고 있었다. 이세돌은 상대를 야유라도 하듯이 백58로 뒷맛 좋게 넘어갔고 최철한의 트릭은 심히 무색하게 되어 버렸다. 흑59로 일단 공격하는 시늉은 냈지만 흑61의 보강이 불가피하다. 백62가 놓여서는 이 백대마가 완생이다. 흑61로 이 백대마를 잡으러 가면 어떻게 되는가. 참고도2의 흑1,3이 잡으러 가는 수순이지만 백4 이하 14가 되고 보면 도리어 윗쪽 흑대마가 잡힌다. 백62를 보자 최철한은 5분쯤 뜸을 들였다. "이젠 모든 변수가 사라졌으니 돌을 던질 거야."(김성룡) "쉽게 던지지 못할 겁니다. 3대0으로 패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거예요."(목진석) 최철한은 한번 더 자폭적인 승부수를 날렸다. 그 수를 알아맞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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