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앞두고 출판가에 천주교 책 관련 마케팅 과열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교황 어록 등의 판권을 놓고 '정본' 시비까지 일고 있다.
출판사 21세기북스는 로마 교황청과 계약을 맺고 이번 주 교황의 공식 권고문을 담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씀'을 출간했다. 저작권이 있는 책은 번역 출간될때 한 출판사가 독점 소유권을 갖게 되며 해당 지역, 국가내 판매권이 인정된다. 문제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이하 주교회의)에서 이미 지난 2월 '복음의 기쁨'이란 제목으로 교황의 발언을 담은 비슷한 내용을 담은 책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교황 관련 서적 중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최근까지 7만부 가까이 팔렸다. 종교서적으로는 유례없이 빠른 판매속도다.
21세기북스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씀'은 부제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하는 복음의 기쁨'이다. 지난 2012년 세계주교대의원회의 13차 정기총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5장 288항으로 정리?다는 점에서 '복음의 기쁨'과 같다. 출판사 관계자는 "지난해 가을 원서 출간 후 교황청과의 정식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번 봄 주교회의에서 이 책이 출간됐다"며 "주교회의 출판물은 정식본이 아니지만 출판을 막을 수도 없는 입장이라 답답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주교회의는 어처구니 없다는 입장. 관계자는 "교황청 문헌과 성경을 번역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각 지역 주교회의"라며 "거의 없는 일이지만 (교황청이) 일반 출판사와 정식계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주교회의 판본을 비공식판이라고 한다면 (주교회의가) 문제를 제기해야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가까이 일본에서도 주교회의에서 이 책을 출간했다.
나아가 "새로 나온 책은 교계의 감수 없이 번역됐는지 종교적 용어에 있어서 차이가 많다"고 지적하며 "그만큼 이번 교황 방한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아 벌어진 일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복음의 기쁨'은 지난해 11월 전세계 카톨릭교회가 함께한 '신앙의 해'를 폐막하며 발표된 것으로, 어떤 글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는 평가다. 이 책은 오늘날 세상과 교회 공동체가 어떤 위기에 처해 있는지, 하느님의 복음이 미치는 영향과 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요즘 서점가에서는 교황의 어록과 편지, 대담 등을 담은 것은 물론, 화보집과 어린이용 도서까지 큰 인기를 끌며, 올해 관련서적이 총 30여 종으로 이미 지난해(10종)의 3배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