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류 3.0 K스타일 키워라] <5> 한류열풍 이어가려면

경제·산업+문화 융합 콘텐츠로 지구촌 일상생활 파고들어야<br>드라마·K팝 프리미엄만으론 경제효과 한계<br>의식주서 제품까지 아이템 적극 발굴하고<br>기업 철저한 현지화로 동반자 이미지 심기 필요

프랑스의 화장품ㆍ향수 전문점인 세포라에서 한 방문객이 아모레퍼시픽의 '롤리타 렘피카' 향수를 체험해보고 있다.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K팝으로 대변되는 대중문화의 해외 수출과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이 맞물리면서 한류가 확산됐지만 파급력 면에서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점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큰 문제다. 실제로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5월 현직 최고경영자(CEO) 2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류가 앞으로도 5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응답이 40%였지만 5년 이내에 끝날 것이라는 답변도 47%에 달했다. '한국 프리미엄'이 붙는 한류 상품도 일부 드라마ㆍ영화와 아이돌그룹, 일부 가전제품과 화장품ㆍ의류 정도가 끝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류의 불씨가 사그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세계 각국에서 한류의 현장을 목격하고 있는 KOTRA 해외 주재원들과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선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대기업ㆍ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K팝이나 한국 드라마 이야기로 해외 기업 관계자들과 부드러운 분위기를 조성할 수는 있지만 막상 한류가 수출 증대 등의 경제적 효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현지 사회ㆍ문화에 파고들려는 노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을 들을 수 있었다.


문직운 KOTRA LA무역관 과장은 "현지에서 배포하는 카탈로그에 '월드 베스트' '월드 NO.1' 등의 문구를 많이 쓰는데 자신감을 갖는 것도 좋지만 지나치면 현지인들에게 오히려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면이 글로벌 평균보다 부족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민준 첸나이 무역관장은 "일부 한국인들이 현지 문화를 무시하거나 근로자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례가 있다"고 우려했다. 고일훈 뉴욕 무역관 차장도 "현지 시장에서 '돈만 벌어가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현지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봉사활동에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근시안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손호길 도쿄 무역관 차장은 "국가의 이미지는 단기간에, 신문ㆍTV광고 한 번으로 올라가지 않는다"며 "단기적인 실적에 급급하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신뢰를 쌓고 현지 기업에 '동반자'라는 인식을 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희경 파리 무역관 과장은 "전세계적으로 가치 있는 국가 브랜드를 구축하고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그에 걸맞은 국민의 의식 수준, 기업윤리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렇다면 한류의 확대를 위해 어떤 방안을 모색해야 할까. 삼성경제연구소는 6월 '신한류 지속발전을 위한 6대 전략' 보고서에서 "일상생활은 물론 산업과 경제 분야에도 자연스럽게 문화를 융합해 기업과 국가 브랜드를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으로 빈 방을 공유하는 '에어비앤비(AirBnB)'와 비슷하지만 한국적인 특수성을 더해 한옥 위주의 숙박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의 '코자자' 서비스가 좋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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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차원에서 혹은 특정 업계 차원에서 공동으로 한국 프리미엄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전시회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들의 불만 중 하나가 한국관의 국가 CI가 중구난방 식으로 매년 바뀐다는 것"이라며 "국기 이미지를 활용해 언제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독일관 등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조 연구위원은 "국가적 차원에서 일관된 CI를 만들고 기업들 역시 업종별로 일관된 콘셉트를 만들어 해외 시장에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한국 화장품 업계 같은 경우 '한국인들은 피부가 하얗고 예쁘다'는 중국ㆍ동남아시아 소비자들의 인식을 활용해 콘셉트를 만들어놓으면 대기업뿐만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 화장품 기업들도 해외 시장에서 보다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심재상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무역관 과장은 "아이돌ㆍ대중가요에 치중돼 있는 한류를 음식, 콘텐츠, 한국 제품으로까지 확대해야 지속 가능한 한류가 실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보름 하노이 무역관 과장도 "국가 단위의 한국 문화 사업과 사회공헌활동 등 기업들의 홍보 활동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밖에 꾸준한 콘텐츠 개발도 지속적인 한류의 핵심으로 지목됐다. 홍승민 나고야 무역관차장은 "드라마ㆍK팝 등 한류의 패턴이 수년째 그대로"라며 "한때 한국에서 홍콩영화와 배우에 열광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상황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장명철 런던 무역관 과장은 "빠른 트렌드 변화에 맞춰 콘텐츠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한류는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모든 한국 기업과 제품이 '한국'을 전면에 내세울 필요는 없다. 오히려 '한국'의 이미지를 지우고 철저히 현지화ㆍ글로벌화를 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향수 브랜드 '롤리타 렘피카'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조차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인지 모를 정도지만 프랑스 여성이 선호하는 10대 향수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해외에서 사랑 받고 있다. 프랑스 법인에 한국 인원을 최소화하고 경영 활동도 현지 지사에 맡기는 등의 철저한 현지화 전략 덕분이었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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