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4월 12일] 고용친화적 정책으로 전환을

경기회복을 자신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정작 고용사정은 끝 모를 엄동(嚴冬) 속에 빠져 있는 듯하다.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 정책기조와 재정확대가 경기회복에 기여한 것은 맞지만 고용사정 개선을 동반하기 위해서는 이것만으로 안 된다는 사실도 분명해진다. 기업ㆍ정부가 투자를 늘려 경제성장이 이뤄지면 고용도 자동적으로 증대할 것이라는 안이함은 현실에 의해 질타된 지 이미 오래다. '비지니스 프렌들리'가 기업만이 아니라 근로자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고 사후적으로 수정ㆍ보완하기는 했지만 잘 먹혀들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수치상의 낮은 실업률에 안도하던 시기도 끝나가고 있으며 청년실업, 비정규직, 인력수급 불균형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다. 이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에서 고용친화적(employment friendly)으로 정책기조를 확실하게 전환하고 재정확대만이 아닌 종합적인 사회경제 정책의 대응이 요청된다.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에서 '고용과 함께 하는 성장(growth with employment)'으로의 이행을 위한 '변화와 개혁'이 절실히 요구되는 현실이다. 사회경제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가 사회구성원들의 복리 증진에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고용이 최선의 복지라는 사실은 이미 상식화된 사실이다. 따라서 사회경제 정책은 고용친화적일 때 목표에 가장 충실하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사람들의 존재는 고용으로 나타나고 그들의 사회경제적 생활은 고용으로 지지된다. 우리 모두는 자신에게 또는 타인에게 고용됨으로써 사회경제적 생활을 영위하고 그 가운데서 자아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고용은 소득을 가져오고 소득은 조세를 부담한다. 따라서 고용에서 배제되면 자아실현은커녕 자신의 존재감마저도 느끼지 못하며 사회로부터도 사실상 소외된다. 전적인 배제는 말할 것도 없고 부분적 배제도 개인의 존재와 사회통합을 저상(低傷)한다. 보다 많은 일자리, 그리고 보다 나은 일자리가 이러한 개인과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가장 현실적이고도 유효한 해답이다. 고용친화적 사회경제 정책의 핵심은 고용능력(employability) 제고에 있다. 실업자에게는 당연히 사회보장 지출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들을 포함한 사회구성원들의 고용능력을 높여 변화하는 노동시장에서 고용의 기회ㆍ질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하여 '밥그릇 지키기'에 집착하는 비효율을 넘어 전체적으로 고용의 양적ㆍ질적 증대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고용능력 제고는 개인적으로는 고용안전성을, 전체적으로는 고용유연성을 증대시킨다. 근로자에게는 보다 나은 고용기회를, 기업에게는 경쟁력 제고를 가져다준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노동의 '유연성 대 안전성'이 장기간 대치해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답답한 현실은 하루빨리 타개되지 않으면 안 된다. 유연성ㆍ안전성은 결코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가 아니며 양자를 현실적으로 결합해 조화시키는 유연안전화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직업능력 개발을 통한 고용능력 제고는 대표적인 방안으로서 유연안전화의 핵심임과 동시에 발전(development)의 요체이기도 하다.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은 있을 수 있으되 성장 없는 고용은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생각하기 힘들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이 전자의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상대적으로 협애한 경제정책인 반면 고용친화적 정책은 성장을 동반하는 폭넓은 사회경제 정책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에서 고용친화적으로 정책기조 전환이 요구되는 이유는 원론적 당위성만이 아니라 현실적 효율성에도 있다. 고용친화적 정책기조는 근로자 이익만이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켜 사회경제 전반의 발전은 물론 사회통합으로 이끄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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