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아전인수식 수읽기

제8보(101~118)


프로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은 아전인수식 수읽기이다. 자기가 읽은 대로 사태가 진행될 것을 철석같이 믿었다가 그것이 어긋나면 사태는 즉시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고 마는 것이다. 장쉬가 백2로 확장했을 때 유창혁이 흑3으로 뛰어나온 순간 객관적으로는 흑이 도리어 조금 재미있는 상황이 되어 있었다. 백의 확장책이 워낙 허황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젠 승패불명이야.” 아내 루이 9단을 따라 검토실에 들어와 있던 장주주 9단이 이렇게 말했다. “아직 백이 나빠졌다고 단언할 수는 없어요.” 루이의 말이었다. 흑7의 침입은 최강수. 백12까지는 이렇게 될 자리였다. 여기서 흑이 가에 넘으면 정말로 피차 어려운 바둑이었다. 바로 이때 검토실의 모든 기사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유창혁의 패착이 등장했으니…. “뭐야!”(루이) 루이의 비명이었다. 흑13이 일대 망발이었다. 유창혁은 참고도1의 백1 이하 흑4까지를 예상했으나 그것은 전형적인 아전인수식 수읽기였다. 장쉬가 백16으로 젖혀버리자 흑의 응수가 없다. 참고도2의 흑1은 백2 이하 10으로 흑대마 몰살이다. “단명국으로 끝날 것 같습니다. 유창혁이 졌어요.” 강훈 9단이 한숨을 푹 쉬며 하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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