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과 관련된 공사비는 반영해주지 않고 사고만 나면 모든 문제를 하도급 업체에 떠넘겨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경북 김천시에서 민간자본유치사업(BTL)으로 시행하고 있는 우ㆍ오수 분리 하수관로 개선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지역 하도급 업체들의 푸념이다. 이 BTL은 총사업비가 807억원. 감리비 및 기타 관리비 등을 공제하고도 615억원의 공사비가 투자되는 대형 사업이다.
특히 공모를 통해 민간회사에서 일단 자체 설계로 제안서를 제출해 경쟁을 거쳐 선정됐다. 소요되는 공사비는 금융권 등으로부터 조달 받은 뒤 국비와 지방비에서 20년간 분할 지출되는 안정성이 보장되는 공사다.
이 사업과 관련해 대형 건설업체인 H사를 주관사로 한 5개사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사를 진행하면서 21억원의 안전관련 비용을 반영했다지만 하도급 업체들의 하소연들은 이어지고 있다.
벌써 1개 공구에서만 2개월여 동안 안전사고가 3건이나 발생했다. 모두 일반 시민들로 앞으로도 어떤 부상자가 추가로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시공사의 영업방침을 일일이 시비할 수 없고 하도급 또한 이익을 보장 받는 선에서 계약이 체결된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건설분야가 현재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특히 생사의 기로에 선 지방 중소건설사들은 일단 일감부터 확보하고 봐야 하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 탓인지 벌써 하도급 업체 1곳이 도산했다. 건설 현장의 특성상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에 대해 지방 중소건설업체들이 자기 주장을 제대로 내세울 수 없다는 점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라면 아무리 어려운 시기라지만 사회적 책임을 의식한 시민안전이 우선되는 시공을 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와 관련, 주관 시공사인 H건설의 한 책임자는 “안전관리비는 모두 반영됐고 이는 노동부 신고사항으로 대충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라며 일축했다.
하지만 하도급 업체의 푸념은 왜 나오는지 알 수 없다. 전국 각지에는 예산부족을 메우는 대안으로 비슷한 여러 가지 BTL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시민들의 어려움이 깊어지고 있는 이때에 사고소지가 높은 공사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지 않는지 관련 당국의 세심한 접근이 필요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