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장학사 인사비리, 자율고 부정입학, 학교 운영비 횡령…. 연일 터지는 교육비리 소식에 정말 우리 교육이 이래도 되는 건가 망연자실할 뿐이다.
이 같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이제 6학년에 올라가는 아들이 받아온 5학년 담임선생님의 편지는 희망의 불씨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면서 진정한 교육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3월이면 모든 초등학교가 봄방학을 끝내고 새 학년 새 학기를 맞는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일년 동안 정들었던 친구, 선생님과 헤어지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또 선생님에게 정을 붙여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은 어찌 보면 어린 마음이 겪는 일종의 스트레스이기도 하다.
우리 아들의 경우에는 이 5학년 담임선생님께서 종업식 날 학급 어린이들 모두에게 나눠주신 한 통의 편지로 처방전을 얻게 됐다.
선생님께서는 '너희들은 유난히도 마음이 따뜻하고 똑똑했던 제자들로 기억될 것 같구나…' 이렇게 적으면서 세 가지를 당부하셨다.
'첫째, 너희들은 이제 ○○○(이름)표라는 것. 잘못하거나 잘하면 그게 그대로 선생님의 잘못이나 영광이 되니까 항상 반듯하게 잘 커야 한다. (중략) 둘째, 기회는 준비된 자의 것이니까 실력을 잘 갖춰가라는 것. 기회가 왔지만 실력이 없으면 많이 속상한 일이 될 거야. (중략). 셋째, 과거에만 집착하지 말아라. 6학년이 돼 옛 친구와 옛 선생님만을 그리워하고 비교하며 불평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어. (중략) 가능하면 친구든 선생님이든 장점을 보려고 노력하렴….'
이렇게 반 아이들의 사랑이 담뿍 담긴 편지를 나눠주신 선생님은 얼마나 훌륭한가. 특히 표현 하나하나가 세심한 점에 비춰볼 때 여 선생님일 것 같지만 남자 선생님이다. 아들은 종업식 날 밤 이 편지를 읽고 또 읽고 하면서 눈물마저 흘렸다. 평소에도 학교 다니는 일이 행복하고 즐겁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했다.
우리 초등학교가 모두 이 같은 선생님들로 채워져 있다면 무엇 때문에 교원평가가 필요할까,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 학교비리, 교육청 비리가 연일 터져 뉴스 사회면을 어지럽히는 현실에서 이 한 통의 편지는 진정한 교육자의 마음과 교육이 무언지 일깨워주는 징표가 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