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7월 21일] 양적완화정책 전환 논의의 필요성

파이낸셜타임스 7월 20일자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번주 의회에서 지금의 양적완화정책을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분명 옳은 조치다. 정책 전환 논의는 지금 당장 이 정책을 중단해야 할 필요가 있거나 인플레이션 위험이 급박하기 때문은 아니다. FRB의 정책 전환이 불가능할거라는 불안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만 커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공포감은 정책의 효율성만 깎아버릴 뿐이다. 지난해 여름 9,000억달러였던 FRB의 자산이 현재 2조달러까지 늘어난 것을 걱정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통화 공급과 대출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경제가 엄청난 인플레이션에 휘말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지금의 통화정책이 대출과 소비의 급격한 증가를 불러와 경제를 활성화한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엄연한 사실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공급과잉에 따른 수요부족과 심각한 실업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이들이 실업과 소득 감소로 고생하고 있는데 인플레이션을 벌써 걱정하는 것은 재미없는 농담을 하는 꼴이다. 더욱이 통화 공급이 은행의 지불준비제도에 따라 자동적으로 이뤄질 거라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이다. 은행 대출은 미 전체 대출의 5분의1에 불과해 지불준비제도의 중요성도 미미한 편이다. FRB는 적절한 시점이 됐을 때 양적완화정책을 얼마나 손쉽게 전환할 수 있는지 설명해줘야 한다. FRB는 은행의 지불준비금에 금리를 지불하는 점을 이용, 단기금리 인상을 통해 은행 대출을 조절할 수 있다. 또 단기신용을 신속히 축소하고 토지ㆍ건물 등 장기 자산을 매각해 FRB의 불어난 자산 규모를 줄일 수 있다. 앞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이 없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위험은 국가채무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인데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버냉키 의장이 현 통화정책을 어떻게 전환할 수 있고 얼마나 단호한 입장인지 이제 보여줄 수 있다면 인플레이션 공포는 아마 사라질 수도 있다. 이는 정책입안자가 경기를 부양시키는 데 따르는 부담감을 상당히 감소시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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