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2월 9일] 세종시의 백년대계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세종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선 당시에 세종시 원안을 추진하겠다고 한 말은 표를 의식했던 것임을 솔직히 토로하며 이제 와 수정안 추진으로 입장을 바꾼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수정안 추진의 불가피성과 정당성을 설명하고 국민 여론을 수정안을 지지하는 쪽으로 돌리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국가 백년대계를 걱정하는 대통령의 심정, 그리고 수정안 추진에 아무런 정치적 이해관계가 없다는 대통령의 설명은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행정비효율 문제은 극복 가능 그러나 국가 백년대계론이나 대통령의 진정성만으로 세종시 문제를 풀기에는 이미 너무 먼 길을 온 느낌이다. 원안론자든 수정론자든 이미 제 갈 길을 가고 있고 다른 지방과의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되는 복잡다단한 상황을 대통령의 설명으로 단칼에 풀기에는 애초부터 어려운 상황이었다. 어찌 됐던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계기로 이 문제는 루비콘 강을 건넌 느낌이다. 지난 2005년 세종시 법안이 통과될 때도 격렬한 사회적ㆍ정치적 진통을 겪었는데 4년이 지난 지금 다시 원점에서 싸우고 있으니 그간 치른 사회적 비용을 생각하면 허탈할 따름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사실 세종시 문제는 처음부터 논쟁적 주제였던 것은 분명하다. 보수와 진보, 수도권 발전론자와 지역균형 발전론자, 기득계층과 소외계층, 여당과 야당, 영남과 호남ㆍ충청 등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대립적 이념과 힘이 세종시 문제를 둘러싸고 명확하게 갈라서 있었다. 다행히 참여정부 때는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양보와 결단으로 갈등이 봉합돼 입법화에 성공했으나 그것이 상처의 완치가 아니라 그냥 붕대로 상처를 가리고 있었던 것에 불과했다는 점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명확해졌다. 또한 더 큰 문제는 설사 이번에 세종시 문제가 원안고수론자의 반대를 물리치고 수정안대로 추진된다 해도 여전히 논쟁의 불씨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이번 정권 내에서 세종시가 완벽한 형태로 건설돼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지 않는다면 세종시 문제가 차기 총선과 대선과정에서 다시 쟁점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과 대결양상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한 심정을 감출 수 없는 것은 어느 누구도 세종시 문제의 본질에 대해 속 시원한 얘기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세종시 문제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충청도에 떡 하나 더 주자는 정책이 아니다. 세종시 문제는 미래의 국가발전전략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그야말로 국가 백년대계에 관한 문제이다. 정부를 두개로 쪼개면 비효율을 초래해 국가 백년대계에 이롭지 않다는 이른바 수정론자의 '백년대계론'은 '십년대계론'은 될지언정 진정한 백년대계론은 아니다. 행정비효율 문제는 앞으로 정보통신 발달과 교통시설 개선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이다. 설령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더라도 포화상태에 이른 수도권 중심의 전략보다는 지역균형발전으로 각 지역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신장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면 행정의 비효율 문제는 감내해야 할 일일 수도 있다. 피해 최소화 방안 제시해야 문제는 세종시를 결정할 당시에 수도권의 편중을 극복하는 지역균형발전이 국가경쟁력의 원동력이라는 또 다른 '백년대계론'이 있었으나 이 부분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상태로 정책이 추진돼 오늘날 갈등이 재연되는 원인이 된 것이다. 따라서 원안 주장론자들도 원안 고수만 외칠 것이 아니라 왜 지역균형발전이 국가의 백년대계인지, 그리고 정부기관이 두 쪽으로 나뉘는 데 따른 행정비효율 문제를 어떻게 해소해나갈 수 있는지 또한 세종시가 원안대로 가면 결국 수도권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문제 제기에 대해 보완방안은 무엇이 있는지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세종시 문제뿐 아니라 참여정부에서 벌여놓은 혁신도시ㆍ기업도시가 원활히 추진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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