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보수적 여신 관행 타파… 기술금융·IB 실적따라 정책자금 차등 지원

윤곽 드러난 은행혁신평가 지표

신제윤(오른쪽) 금융위원장이 지난 7일 기술금융 실적이 우수한 기업은행 서시화지점을 방문해 영업점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


박근혜 정부의 경제 모토는 창조경제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바로 기술금융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최근 벤처기업과 은행을 잇따라 방문한 데는 기술금융을 독려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은행들은 요즘 혁신평가지표의 윤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혁신평가는 말 그대로 기술금융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보는 것. 이르면 내년 1월 첫 평가가 이뤄지는데 그 결과에 따라 정책자금에 대한 차등 지원을 하겠다고 당국은 공언했다. 은행으로서는 정책자금을 빌릴 때 금리비용을 깎는 실리뿐만 아니라 평판도 달려있어 예민한 상황이다.


이미 혁신평가지표의 골격은 드러나고 있다. 뼈대는 기술금융, 보수적 여신 관행 타파, 투자은행(IB) 실적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최종안도 아니지만 은행의 신경전은 한창이다. "지표가 건전성에 부담을 주고 특정 은행에 유리하다" "혁신과 어울리지 않는 항목이 있다" "점수 산정 방식에 공정을 기해야 한다" 등의 목소리가 높다. 첫 평가부터 뒤로 밀릴 경우 이번 정부 내내 미운털이 박힐 것이라는 긴장감이 감지된다. 관련 상품을 출시하고 조직도 강화하는 등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은 이미 가열되고 있다.

9일 당국 및 금융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 금융감독원, 은행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는 은행 혁신평가지표를 이달 안에 마련하고 내년 1~2월께 평가 결과를 내놓기로 잠정 결정했다.

평가 대상 기간은 올 하반기다. 기술금융 등 혁신과제가 지난 7월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당국은 올 하반기 평가를 하고 난 뒤 업계 의견 등을 취합해 평가 주기 등 세부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평가지표의 항목별 배점은 기술금융 50~60점, 보수적 여신 관행 타파 30점, IB는 10~20점 등으로 가닥이 잡혔다.

당초 기술금융 배점은 70점이었지만 리스크가 높다는 지적이 나와 50~60점으로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다.


기술금융의 점수는 단순 대출실적이 아니라 대출금액 및 건수 증가율 등을 따져 지표화하기로 했다. 기술금융에 대한 의지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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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 여신 관행 타파에는 서민금융, 관계형 금융, 중소기업대출 만기 연장, 민원 및 해외 진출 현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IB 분야에서는 기업 지분 투자, 사모펀드 유한책임출자(LP)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하는 메자닌펀드 규모 등과 함께 전문성이 요구되는 심사역의 근무기간 등도 들어갔다.

은행들은 재무건전성 약화를 초래할 수 있는 혁신평가를 근거로 한 줄을 세우려는 당국의 방침에 심기가 언짢다.

IB 분야는 점수 배점이 낮기는 하지만 은행업에 비해 리스크가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기대출 만기 연장 항목도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만기 연장을 앞두고 기업 눈치를 보는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대출금리를 내려 마진이 악화될 수 있다는 엄살 같은 투정도 들린다.

서민금융 지원은 사회공헌에 가까워 혁신지표와 거리가 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관계형 금융과 기술금융이 겹친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TF가 이달 말까지 이런 문제에 얼마나 명쾌한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주목거리다.

당국은 혁신평가지표와 연계할 정책자금의 세부내역과 규모 등은 확정하지 않았다. 법률 검토작업 등을 거쳐 결정할 방침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평가 방식도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혼합해 모든 은행이 좋은 점수를 받을 경우 점수가 낮다고 특정 은행에 지나친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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